[배성철 칼럼]‘AI 의사’의 습격인가, 의료 혁명의 서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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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철 칼럼]‘AI 의사’의 습격인가, 의료 혁명의 서막인가
  • 경상일보
  • 승인 2026.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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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성철 UNIST 교학부총장

인류 최후의 전문직 영역이라 불리던 의료 현장이 요동치고 있다. 과거의 의료가 의사의 ‘직관’과 ‘경험’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메스를 잡는 시대가 도래했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조연이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집도하며, 인간이 놓친 생명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주연’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는 ‘문샷(Moon Shot)’ 팟캐스트에서 의료계에 폭탄 선언을 던졌다. “수술용 로봇이 3년 이내에 숙련된 외과의의 능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도로 위 상황을 학습하듯, AI가 수백만 건의 수술 영상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해 인간의 손기술을 학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연평균 36%씩 성장해 2030년에는 약 27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머스크의 호언장담이 단순한 과장이 아닌, 거대한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필연적 결과라는 증거다.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는 ‘자율성’과 ‘연결성’이 있다. 최근 중국 연구진은 사람의 개입 없이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돼지의 복강경 수술을 성공시켰다. 첫 시도에서 전체 단계의 88%를 스스로 완료한 뒤 마무리한 이 사건은, 로봇이 의사의 ‘도구’에서 벗어나 ‘독립적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5000㎞ 떨어진 곳에서 진행된 원격 로봇 수술의 성공은 공간의 제약을 완전히 허물었다. 초저지연 5G 네트워크를 통해 상하이 폐과병원 전문의가 신장 위구르 지역의 환자를 수술하는 이 광경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도시나 험지에서도 서울 대형병원 수준의 처치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부울경 등 지역 의료 격차 해소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진단 영역에서는 이미 AI가 인간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023년 미국에서는 3년 동안 17명의 전문의를 찾아갔지만 병명을 알지 못했던 7세 소아 알렉스(Alex)의 사례가 화제가 됐다. 4세부터 만성 통증에 시달리던 아이의 어머니가 챗GPT에 증상과 MRI 결과지를 입력하자, AI는 단숨에 ‘지방 척수수막류(Tethered Cord Syndrome)’라는 희귀병을 진단해냈다.

실제로 하버드 의대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챗GPT(GPT-4 기반)의 의사 국가고시 합격 점수는 상위 10% 이내에 해당하며, 복잡한 증례 진단 정확도는 전문의와 대등하거나 때로는 이를 상회한다. 인간 의사가 하루에 수십 명의 환자를 진료하며 피로감과 인지적 편향에 노출될 때, AI는 수조 개의 파라미터를 바탕으로 냉정하고 일관된 판단을 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곧 의사의 퇴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사의 역할이 변모해야 함을 의미한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교하게 절개할 때, 인간 의사는 환자의 불안을 다독이고 윤리적 판단을 내리며 AI의 결괏값을 최종 검증하는 ‘휴먼 터치’에 집중해야 한다. 로봇 수술의 오작동 책임 문제나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개편 등 우리가 넘어야 할 법적·윤리적 산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일론 머스크가 선언한 3년은 아닐지라도 AI 의료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강물이 되어 조만간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는 점이다.

수도권에 의료인프라가 집중되어 어려움을 겪는 지역사회에게는 이러한 변화는 기회이자 도전이다. 원격 의료 기술을 적극 도입해 의료 소외 지역을 없애고, 지역 거점 병원들이 AI 진단 보조 시스템을 구축해 오진율을 낮춰야 한다. “의사가 로봇에게 자리를 내어줄 것인가?”라는 질문은 틀렸다. “AI를 사용하는 의사가, AI를 사용하지 않는 의사를 대체할 것인가?”가 올바른 질문이다.

메스를 든 인공지능은 이제 공상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곁으로 다가온, 어쩌면 우리 가족의 생명을 구할 가장 강력한 우군이다. 이 혁명의 파도를 두려워하기보다, 어떻게 올라탈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배성철 UNIST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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