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친화도시’ 3기(2028~2032) 인증 준비에 본격 착수했다. 2020년 1기 인증, 2023년 2기 재인증에 이은 세 번째 단계다. 3기 인증 준비는 절차의 연장이 아니라 방향의 점검이어야 한다. 초고령사회 문턱에서 울산이 어떤 도시로 전환할 것인지 묻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기준 울산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8.7%다.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다. 산업수도로 성장해온 울산이 이제는 인구구조 변화라는 구조적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고령친화도시는 복지사업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다. 교통·주거·사회참여·의사소통·건강돌봄 등 8대 영역을 도시 설계의 기준으로 삼는 일이다. 보행이 불편하면 의료비가 늘고, 정보 접근이 막히면 서비스 이용 격차가 커진다. 배제된 공간은 결국 더 큰 재정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울산은 2기 실행계획(2023~2027)에서 35개 과제를 추진해 왔다. 제도 정비와 기반 구축이라는 1·2기의 성과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3기는 ‘무엇을 했는가’보다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묻는 단계다. 이동권 보장, 주거와 지역돌봄의 결합, 디지털 접근성 개선은 생활 현장의 변화로 증명돼야 한다. 정류장 정보가 읽히지 않으면 외출은 줄고, 집 안의 단차를 방치하면 돌봄 비용은 늘어난다. 고령친화는 결국 도시 비용을 줄이는 전략이다.
마침 울산시가 26일 발표한 올해 정보화 시행계획은 이 문제와 맞닿아 있다. 83개 사업, 445억원 규모의 정보화 계획 속에 ‘대화형 AI 버스정류장’과 디지털배움터 확대가 포함됐다. 음성으로 노선을 묻고 답하는 체계는 고령층의 ‘마지막 10m’ 이동 장벽을 낮출 수 있다. 다국어 지원은 외국인 노동자와 방문객까지 포용한다. 다만 기술 도입이 곧 성과는 아니다. AI 정류장 설치 이후 고령층 대중교통 이용률이 얼마나 늘었는지, 민원이 얼마나 줄었는지 같은 결과지표를 공개해야 한다. 디지털배움터 역시 수료 인원이 아니라 실제 온라인 행정서비스 이용률 상승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고령친화도시 3기 인증 준비는 서류 작업이 아니다. 울산이 산업도시의 외형을 넘어 사람 중심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다. 2기 성과를 냉정하게 공개하고, 부족한 영역을 계량화하며, 시민과 어르신의 요구를 예산 우선순위에 반영해야 한다. 인증서는 목적이 아니다. 세대가 함께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울산 고령친화도시 3기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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