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한국의 위상은 경제력과 군사력 면에서 급격히 높아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25-26년 세계 강대국(Most Powerful Countries)’ 순위에서 프랑스, 일본 등을 제치고 한국을 강대국 6위에 선정하였다. 또한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한 ‘2026 세계 군사력 랭킹’ 발표에서는 세계 5위를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두 발표는 상당한 한계점이 있으므로 도취되면 안된다.
좀더 객관적인 평가로는 ‘2026 전세계 소프트 파워 지수’와 ‘국제통화기금 GDP 세계순위평가’인데 각각 11위와 12위를 차지하였다. 전반적으로 이 정도가 우리나라 국력의 평균 순위이며, 우리가 충분히 자랑할 만하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 대한 국민은 특유의 근면성과 높은 교육열 그리고 카리스마있는 지도자의 추진력 등으로 단기간에 경제가 급성장하였다. 1980년 한국의 1인당 GDP는 약 1700달러 수준이었고, 2000년경 약 1만달러 수준에 도달하였으며, 2025년에는 약 3만6000달러 수준까지 올라왔다. 45년만에 20배의 경이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이렇게 급속한 산업화 성공과정에서 홍익인간으로서 부끄러운 여러 부정적 요소도 발생했다. 윗사람을 공경하는 유교 전통 위에 무조건 상명하복, 물질 만능주의와 갑질문화 등이 퍼졌다. 기업, 공적영역과 사적인 자리에서도 우월적 지위에 있는 자가 지위 낮은 자에게 행하는 언어폭력과 괴롭힘이 독버섯같이 퍼져 ‘갑질’ ‘강약약강’ 현상이 사회를 뒤덮고 있다. 심지어 청소년들 중에도 어른들의 갑질을 모방한 ‘일베’그룹이 생겨나 약자들을 괴롭히고 조롱했다. 갑질의 치명적 약점은 자신의 열등함을 감추기 위해 더 약자에게 강자노릇을 하며 우월감에 찌든다는 것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와 국제사회 영향으로 이미 상당히 다원적, 수평적, 인권존중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데 일부 리더와 부자들은 여전히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이다. 젊은이들은 이들을 ‘꼰대’ ‘라테’라고 부른다.
간부는 사병에게, 선배는 후배에게, 남성은 여성에게, 직급높은 여성은 신입여성에게, 선생은 학생에게, 임원은 사원에게, 대기업은 협력업체에게 갑을관계를 이용하여 강자가 힘을 과시하며 약자에게 갑질을 해댄다. 새로운 유형의 갑질도 기승을 부렸다. 못된 아파트 주민은 나이든 경비원에게, 못된 학부모는 젊은 선생에게 끝없이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엉뚱한 곳에 퍼붓는다. 젊은 교사는 자살했다. 사람이 먼저인 사회가 아니라 돈과 권력이 먼저인 사회로 나아가면서 사회는 병들었다. 2014년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은 돈있는 재벌집안의 민낯을 보여주었고, 2026년 권력의 정점에 있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보좌관에 대한 갑질의혹 등으로 우리나라 권력집단의 자질에 대한 회의를 품게 되었다.
이러한 사건을 본 외신들은 이를 한국 특유한 문화현상으로 보아 ‘Gapjil’로 표기하고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갑질’ 문화를 “권력을 가진 ‘갑’이 약자인 ‘을’에게 부당한 행위를 강요하거나 괴롭히는 한국의 독특한 사회적 악습”으로 보도했다. 갑질은 지위나 권력에서 우위인 사람이 저지르지만 지위높은 사람들이 모두 갑질을 하지는 않는다. 지위가 높은데도 따스한 인성과 리더십으로 존경받는 분들도 많다. 카페에서 종업원에게 커피잔을 던지는 손님, 수강생들을 과도하게 야단치는 선생, 운전기사를 노예부리듯 하는 장군의 심리적 특성은 무엇일까?
우선 갑질은 내면적인 열등감에 의해 발생한다. 심리학자 임명호 교수는 ‘갑질러’는 내면의 권력 열등감을 숨기려고 “독재적이고, 오만하고, 폭력적으로 행동한다”고 말한다. 다음으로 갑질은 실력이나 자존감은 낮으나,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에게 잘 나타난다는 것이다. 갑질러에게는 이러한 특성도 발견된다.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 공감능력이 없다. 권위적이다. 타인의 감정과 인격을 쉽게 무시한다. 감정적 표현을 자주 한다. 직급이나 호칭에 집착한다. 금전이나 향응을 기대한다. 다같이 내 자신부터 한번 체크해보자.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