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간 빅데이터 전문가인 하인리히의 재난이론 이야기를 풀어볼까한다. 1931년 미국 보험회사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7만5000건의 사고를 정밀분석한 결과, 하나의 통계적인 법칙을 발견했다. 유명한 하인리히 법칙으로 알려진 해당 통계법칙은 1명의 심각한 인명사고가 발생하기 전, 사고의 전조증상으로 29명의 경상자와 300명의 다칠뻔한 잠재적인 부상자가 있었다는 법칙이다. 사고나 재난 등의 95%가 발생 이전에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위험인자들에 의해서 발생하는 결과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으로 부터 거의 100년 전 빅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여 재난을 줄일 수 있는 예방법을 제안주신 훌륭한 선배님의 조언이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여러가지 크고작은 전조증상이 있다. 즉, 전조증상을 잘 제어한다면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이 조언을 잘 받아들이고 현장에 녹여서, 대형사고를 잘 예방하고 있을까? 우리는 1:29:300을 1:100:1000 정도로 그 발생 횟수가 줄어들고 있을까?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주기가 길어지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여전히…”라는 답을 할 수밖에 없다.
2025년 울산지역은 유난히 대형사고로 인한 이슈로 주목받았던 한 해 였다. 대형산불 및 폭염과 같은 전통적인 자연재난이 우리를 괴롭혔고, 항만구역 내 유류저장 탱크의 대형화재 및 폭발, 유해화학물질 누출로 인한 근로자 사망, 보일러 타워 붕괴와 같은 사회재난이 발생하면서 재난안전관리 체계 재정비의 시급성이 지적되었다. 필자가 관리하는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관할 구역(울산·양산)에서는 총 19건의 화학사고가 발생하였고,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이 사망자 수는 최근 10년간 울산지역 화학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중 역대 최대 사망자 수다.
울산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 수가 많고, 사업장 내 취급설비들이 많은 구조적인 원인으로 인해, 화학사고 발생률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기업들의 자체 방재능력이 뛰어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인명피해는 적다’라는 핑계가 무색해져버렸다. 특히 사고원인을 분석한 결과 63%가 안전기준 미준수로 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대체, 왜 안전기준 미준수로 인한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일까. 법적규제와 제도가 미비해서 발생하는 것일까. 물론 그런 경우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울산지역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고들을 대응하고 수습하면서 느낀 건 법적규제와 제도는 너무 복잡하고 많아서 탈이다. 오히려 너무 복잡하고 많아서 산업현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들도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다.
안전기준 미준수의 원인은 단 하나, ‘문화’의 문제다. 빨리 해치우기 위한 현장에서의 적당한 일탈행위는 “문제가 없었었다. 이제까지 괜찮았다. 이제껏 그래왔다.” 라는 “나 때는 말이야…(라떼)”문화가 함께했다. 그 결과 국가간 산재 수준을 비교하는 핵심지표인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고 사망자 수)이 OECD 평균(목표치)인 0.29보다 높은 0.39를 나타내는, 국격에 맞지 않는 초라한 성적표를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하인리히의 재난관리 이론을 살펴보자. 하인리히는 재난이 발생하는 과정의 5단계를 유전적 요인과 사회적 환경·개인적 결함·불안전한 행동과 상태·사고·상해로 구분하였다. 이 다섯단계의 도미노 중에서 세 번째인 불안전한 행동과 상태를 제거하면 연속적인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이미 현명한 답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불안전한 행동과 상태를 제거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 울산의 재난관리의 지향점은 앞서 언급된 “빨리 빨리” 문화와 “라떼”문화를 지양하기 위한 풀뿌리 안전문화의 정착이다. 2026년에는 울산에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인적 교육과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몸이 자동으로 기억하는 안전문화가 정착되기 위해 학교에서, 기업에서, 공공기관에서, 국가기관에서 다양한 유형의 체험형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교육되어야 한다.
권혜옥 울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장(환경)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