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을 글로 쓴다면 첫 문장은 노랑이겠다. 향기로 자신을 알리는 납매와 가지마다 촘촘히 박힌 별을 터뜨리는 산수유, 깔깔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에도 노랑이 스민 덕분이다.
이 무렵이면 자연은 명도가 높은 색을 품에서 꺼낸다. 햇살은 기다렸다는 듯 무채색 대지에 생기를 입히기 시작한다. 3월의 퍼스널 컬러는 노랑이다. 생강나무, 히어리, 개나리, 풍년화, 유채꽃, 영춘화, 꽃다지, 민들레, 애기똥풀. 날이 조금만 더 풀리면 눈길이 닿는 곳마다 노란색 물이 번질 것이다.
개인의 타고난 피부색과 어울려 생기를 살려주는 색이 퍼스널 컬러다. 노랑은 긴 잠에서 깨어난 대지와 식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색이다. 색채심리학에서 노랑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과 낙천적인 에너지와 두려움에 맞서 전진하려는 심리를 상징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찬란한 색이 생을 이어가려는 치열한 분투라는 점이다.
꽃의 역할은 씨앗을 남기는 일이다. 이른 봄은 기온이 낮아 꿀벌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다. 대신 추위에 강한 등에를 비롯한 파리목 곤충들이 가루받이를 돕는다. 파리류는 단순하고 밝은색에 잘 반응한다. 겨울을 지난 들판에서 노랑은 가장 눈에 띄는 색이다. 식물은 수분의 가능성을 늘이기 위해 선명한 색을 이용한다.
노란 꽃잎에 든 카로티노이드는 색을 밝게 만들고 강한 빛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한다. 이 기능은 아직 잎이 무성하지 않아 그늘이 부족한 초봄에는 중요하다. 일부 꽃은 꽃잎을 오목하게 펼쳐 돋보기처럼 햇빛을 모은다. 꽃 안쪽의 온도가 올라가 곤충이 머무는 시간이 늘면 가루받이에 성공할 확률 또한 높아진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몸짓이 때로는 상대를 향한 환대가 되기도 한다.
3월이라 발음하는 입술에 봄바람이 닿는다. 재잘대는 아이들을 태운 노란버스는 마른 먼지를 일으키며 골목을 돌아 사라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차곡차곡 성장해 갈 아이들. 저들도 자기 몫의 봄을 키울 것이다. 언 땅 위로 정수리를 내미는 복수초처럼.
노랑은 그래서 준비의 색이다. 잠든 시선을 깨워 기어이 움직이게 만드는 생동의 신호. 나의 계절에도 눈부신 노랑이 번지기 시작했다.
송시내 나무의사·수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