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만의 사회와 문화(14)]심리전문가들이 본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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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만의 사회와 문화(14)]심리전문가들이 본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
  • 경상일보
  • 승인 2020.08.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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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신과의사·심리학자 트럼프 분석
김정은·푸틴 롤모델로 핵전쟁에 매력
반사회적인 인격장애·망상장애 경고
▲ 한규만 울산대학교 영문학 교수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상대방의 성격과 심리를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인 친구 사귀기부터 사업파트너 파악과 국가안보에 이르기까지. 특히 한국과 같이 국방외교, 경제통상 등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에서는 미국 대통령의 성격과 심리 파악의 의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말 한마디가 세계 정치와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통령의 성격과 심리파악은 어떤 사람이나 조직의 역할보다 중요하다.

2017년 가을 미국 정신과의사와 심리학자 27명이 긴 토론을 담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The Dangerous Case of Donald Trump)를 출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과 심리상태가 ‘매우 위험하다’는 경고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2019년에 37명의 필진으로 증보판이 나왔다. 대표편집자인 밴디 리(Lee)가 한국계 미국인으로 뉴욕에서 자라고 예일의대 정신의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 책의 핵심은 제1부 ‘트럼프 현상’에 담겨 있다. 정신의학과 심리전문가들은 상당히 부정적인 평가와 진단을 내렸다. 필자들은 수백 시간에 달하는 동영상, 수천 건의 인터뷰, 수만 건에 달하는 트윗 자료를 분석해 ‘3분15초마다 거짓말을 하는 남자’(폴리티코)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는 트럼프가 정신질환자인가, 아닌가가 아니다. 문제는 그가 위험한가, 위험하지 않은가이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9개의 글 중에서 한국과 깊이 관련된 두 가지만 살펴본다. 제5장 ‘소시오패시’.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자기애(나르시즘)가 강한 경우는 있었지만, 문제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소시오패스)적 특성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고 진단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소시오패스 지도자는 사건을 일으키고, 이를 핑계삼아 과잉대응하고, 군인을 투입하고 계엄령을 선포하고, 소수집단을 차별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폭군 지도자는 싸움과 전쟁을 좋아하며 자신의 권력을 견제하려는 언론을 폄하한다’고 적고 있다. 이 진단은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는 항의시위가 50일 이상 지속되고 있는 포틀랜드 시위 상황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트럼프는 미국판 백골단 연방경찰을 투입해 시위대를 과잉진압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 소수인종을 공개석상에서 무시하고 경멸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폭력성 높은 영화 <람보>와 <죽음의 승부>를 좋아한다.

제7장 ‘‘여우처럼 미친 척하는 것’과 ‘진짜 완전히 미친 것’의 차이의 중요성’. 지금까지 트럼프가 ‘진짜 완전히 미친’ 망상 장애를 가장 충격적으로 보여준 징후는, ‘나쁜 오바마’가 트럼프 타워의 전화를 도청했다고 주장하는 트윗들을 올렸던 일이다. 필자 텐지는 ‘망상 장애보다 더 무시무시한 것은 트럼프가 잔인한 압제자들과의 핵전쟁 가능성에 매력을 느낀다.’고 우려한다. 트럼프가 반복적이고 공공연하게 ‘북한 김정은과, 특히 러시아 푸틴을 칭찬해온 것을 보면 그들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핵무기 발사 코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를 전쟁으로 몰고 갈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를 이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트럼프의 발언은 한반도에서의 전쟁가능성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하라면 하라지(2016년 4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 수천 명이 죽는다면 저쪽(한반도)에서 죽는 것이고, 여기(미국)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다(2017년 8월).” 말만 들어도 끔찍한 일이다. 한국인이라면 이렇게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사와 성격에 초연할 수 있겠는가.

한규만 울산대학교 영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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