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만조와 태화강 수위에 관한 과학적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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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만조와 태화강 수위에 관한 과학적 진실
  • 경상일보
  • 승인 2020.08.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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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업 울산광역시 재난관리과장

학창시설 지구과학 수업은 의문투성이였다. 까마득히 멀기만 한 우주 이야기와 지구를 둘러싼 태양과 달의 인력으로 바닷물이 움직인다는 내용은 신비하기도 했지만 이해가 쉽지 않아 여러 고민을 안겼던 과목으로 기억된다.

지구과학 시간에 배운 내용은 일상을 이해하는데 요긴할 때가 있다. 일기예보에서 만조시간대 해안가 침수위험이 높다거나, 태풍 접근 시 해수면이 높아져 해안가 저지대가 침수되었다는 보도 등을 접할 때이다. 울산처럼 동해와 인접한 도시에서는 만조나 태풍에 따른 침수발생이 극히 드물지만, 서해와 남해 인근 지역에서는 이런 사고가 잦다.

바다는 달과 태양의 배치나 계절적 영향 그리고 기후에 따라 해수면의 차이가 수시로 달라진다. 따라서 국립해양조사원에서는 실시간으로 조석예보(물때표)를 발표해 국민들이 안전하게 바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바다환경과 특징이 각기 다른데, 그중에서도 조수간만의 차이가 대표적인 차이점 중 하나다.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가 9m에 달하는데 비해, 우리 울산이 접한 동해는 50㎝전후에 불과해 해양안전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해안가 침수피해도 거의 없다.

하지만 여름철 홍수 피해는 울산도 빗겨갈 수 없다. 울산의 상징인 태화강은 도심을 가로질러 동해로 유유히 흘러드는데 여름철 집중호우나 태풍이 발생하게 되면 태화강은 잦은 홍수가 발생하고 인근 저지대 시민들의 피해도 커진다.

지난 2016년 태풍 ‘차바’가 울산을 강타했을 때, 시간당 131.5㎜의 역대급 폭우로 태화강에 홍수경보가 발령되었고, 저지대 침수로 큰 인명과 재산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여름철에는 집중호우로 홍수특보가 발표되고 일부 저지대 침수피해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재해를 겪고 나면 태화강 홍수가 울산앞바다 만조시간과 겹치면서 침수피해를 키웠다는 기사를 언론에서 공통적으로 다루곤 한다.

그러나 여러 재난상황에 대처하는 자연재해업무를 총괄해 오면서 숱한 재해의 피해 집계와 원인을 파악해본 결과, 만조로 인한 피해는 조사된 바가 없었으며, 과거 피해사례를 보더라도 만조가 피해를 가중시켰다는 기사내용에는 의문이 든다.

따라서 조수간만의 차가 적은 동해로 흘러드는 태화강이 해수면의 변화에 따라 하천수위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심도 있게 분석해 볼 대목이라 하겠다.

우리시에서는 해수면 변화에 의한 태화강 수위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재난전문기관인 낙동강홍수통제소에 의뢰하여 울산항 해수면이 가장 높은 만조 때와 가장 낮은 간조 때의 태화교 수위는 변화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또한 국립해양조사원에서 2017년 ‘울산 태화강 하구 해양특성조사’를 시행한 결과 명촌교 상류로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하천수위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국립해양조사원에서 제공되는 해수면의 높이는 수면이 가장 낮은 수위 즉 약최저저조면을 0m로 기준삼아 수심을 정하므로 조석예보에 만조 해수면이 62㎝라고 발표되면 실제로는 평균해수면(EL.0m)에서 31㎝가 높아졌다고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연구·조사기관의 과학적 분석결과와 동해의 해양특성, 조수간만에 의한 해수면 높이표기방법을 이해하여 더 이상 만조에 의해 침수피해가 가중되었다는 내용이 시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논란이 없었으면 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경험하지 못한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 울산시에서는 선진화된 재난대응 기술과 재난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철저히 대비하고 있으니 더 이상 재난으로 고통 받는 시민들이 없기를 바란다.

이재업 울산광역시 재난관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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