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기고… 무너지고… 정전까지…‘마이삭급’ 강풍에 물폭탄 더해…울산 전역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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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기고… 무너지고… 정전까지…‘마이삭급’ 강풍에 물폭탄 더해…울산 전역 피해 속출
  • 김현주
  • 승인 2020.09.0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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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소방본부에 접수된 피해 신고만 900여건 달해
▲ 7일 태풍의 영향으로 울산 울주군 온산산업단지 도로변 가로수가 넘어지고 도로가 침수되자 한 차량이 힘겹게 도로를 지나고 있다.

만조 겹쳐 기상조 현상으로 월파·침수피해 잇따라
3만7천여가구 정전에다 5명 부상…65명은 대피도
과수농가 95% 배농사 망쳐…월성 2·3호기도 정지


울산 내륙에 상륙한 첫 태풍으로 기록될 제10호 태풍 하이선으로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울산지역의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마이삭과 달리 강한 폭우까지 동반해 피해를 더 키웠다.

7일 울산기상대에 따르면 하이선은 이날 오전 9시 울산 남남서 30㎞ 육상을 통해 상륙했다. 울산을 통해 상륙한 태풍은 하이선이 처음이다. 울산은 하이선 상륙 전인 오전 8시부터 강한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날 울산 동구 이덕서 기준 순간최대풍속 151㎞/h(41.9m/s)의 강풍이 불었다.

▲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7일 오전 울산을 통과하면서 남구 삼산동 한 건물 외벽 구조물이 떨어져 도로에 나뒹굴고 있다.

마이삭과 달리 하이선은 많은 양의 비도 동반했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울산 누적강수량은 7일 오후 2시 기준 평균강수량 127.8㎜이며, 지역별로는 울주군 삼동 208.5㎜, 울주군 두서 178㎜, 북구 매곡 139.5㎜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11시까지 울산소방본부에 접수된 피해 신고는 909건에 달했다. 인명 구조는 10건으로 각각 엘리베이터 갇힘 7건, 차량 갇힘 2건, 구조물 갇힘 1건이다. 또 배수지원 3건과 간판·신호등·유리창 파손 등에 따른 안전조치 211건이 접수됐다. 또 간판 추락 등 처리하던 북구와 경찰공무원 등 5명이 다치고, 산사태 등 우려로 47가구 65명이 일시 대피하기도 했다.

▲ 7일 울산 울주군 구영리 상가지역 및 아파트단지에 태풍으로 인한 정전이 발생해 암흑으로 변해 있다.


◇강풍에 폭우 피해까지

폭우를 동반한 하이선은 만조에 기상조까지 겹쳐 해수면이 1m 이상 높아지며 월파와 그에 따른 침수 피해를 키웠다. 이날 비는 오전 5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집중됐다. 집중호우로 오전 8시40분 태화강에 홍수주의보가 내렸고, 오전 11시 기준 4.4m를 기록해 중구 성남동 공영주차장과 남구 태화교하부주차장 등이 물에 잠겼다. 태화교 하부도로 역시 침수로 통제됐다가 오후 2시께 통제가 해제됐다. 아산로 일대도 바닷물이 도로로 밀려들면서 침수가 심해지자 오전 한때 통제됐다.

▲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7일 오전 울산을 관통하면서 남구 농수산물시장사거리 인근 철구조물이 강한 바람에 주저앉았다.

총 50곳의 도로가 일시침수됐고 16곳이 통제됐다. 이중 삼동로 하잠마을 입구, 번영교 북단 하부도로, 하상도로 4곳 등 11곳은 오후 6시 현재까지 통제가 이어졌다.

강풍 피해도 속출했다. 오전 8시45분께 남구 삼산동 한 전자상가 건물 외벽이 떨어지면서 주변 도로가 아수라장이 됐다. 또 태화강역 버스정류장 인근 도로에는 근처 가건물에서 날아온 지붕 일부가 걸쳐져 차량 통행을 위협했고, 신정동 한 아파트의 외벽이 떨어지기도 했다.

북구 당사마을과 신명마을은 강풍으로 강한 파도가 치면서 파제벽이 붕괴돼 북구청이 긴급 복구에 나섰다. 울산공항은 항공편 26편 중 24편이 결항됐다.

총 21개 학교·기관에서도 30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울주군 삼동초는 과학실과 상담실에 내부침수피해가 발생했고, 북구 송정유치원은 벽체 지붕과 옥상 간판이 파손됐다. 또 병영초는 본관 외벽이 파손됐고, 외솔초는 건물 곳곳이 누수됐다.

▲ 7일 태풍에 울산 중구 병영오거리 인근 한 건물의 간판 및 구조물이 떨어지면서 전봇대를 덮쳐, 이 일대 정전피해가 발생했다. 한전 직원들이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3만7000여가구 정전으로 불편

제9호 태풍 마이삭에 이어 하이선으로 또다시 대규모 정전 피해를 입었다. 울산은 태풍이 상륙하기 전인 8시30분께 남구 무거동 3만2000여가구, 황성동 130여가구, 울주군 웅촌 진하리 4155여가구, 온산 화산리 1300여가구 등 총 3만7664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현대자동차 울산5공장과 현대모비스 등 기업체도 정전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졌다. 농수산물시장 역시 순간적으로 정전됐으나 전기가 바로 복구돼 마이삭 때와 같은 어류 폐사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전은 정전 이후 가용 인력 230여명을 총 동원해 복구에 나선 상황이지만 울산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아직까지 987가구만 전기가 복구돼 복구율은 2.6%대에 그쳤다.

▲ 7일 태화강국가정원 일대에서 서식하는 고리니들이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태화강물이 갑자기 불어나자 대피하고 있다.

◇낙과 피해도 잇따라

마이삭으로 농가 786곳이 배를 재배하는 과수 면적 587㏊ 중 80%인 470㏊가 피해를 봤던 지역 과수농가는 태풍 하이선으로 87㏊가 추가 피해를 봤다. 합산하면 피해 면적은 557㏊로 늘어나, 지역 전체 배 과수 면적의 95%가량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거의 모든 농가가 대목을 목전에 둔 시점에 배 농사를 망친 셈이다.

무엇보다 당장 낙과 피해도 막대하지만, 나무에서 잎사귀가 떨어지는 낙엽 피해가 커 장기적으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
 

▲ 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몰고 온 강한 바람으로 울산 온산산업단지 방파제 위로 거대한 파도가 덮치고 있다.

◇원전 또 멈추며 주민 불안 커져

마이삭 때 부산과 울산에서 원전 4기가 가동 정지된 지 나흘만에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경주시 월성 2·3호기 원자력발전소 터빈발전기가 정지되며 주민 불안이 커졌다. 월성본부는 낙뢰 등 태풍의 영향으로 전력설비에 이상이 생기면서 터빈발전기가 자동으로 정지된 것으로 보고 원인을 파악중이다. 다만 원전 내 방사선 준위는 평상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부환경으로의 방사선 누출도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3일에는 태풍 마이삭으로 원전에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선로에 이상이 생기면서 고리 3·4호기와 신고리 1·2호기의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됐다. 글=김현주기자

사진=김경우·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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