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코로나시대 교육의 의미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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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코로나시대 교육의 의미와 방향
  • 경상일보
  • 승인 2020.09.2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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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전달 초점 맞춰진 온라인 수업
교사-학생간 정서적 교감은 부족
보다 세심한 교육내용 확충 필요
▲ 배미란 울산대학교 법학과 조교수

우연히 멕시코 관련 기사를 보다가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 어려운 농촌 지역의 학생들을 위해 선생님이 자신의 픽업트럭에 책상과 의자를 싣고 다니면서, 학생들의 집을 방문하여 수업 공백을 메워주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은 단순히 바라보면 훈훈하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장면이 담긴 사진 한 장에 불과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교육의 의미와 방향이 담겨있다.

2학기가 시작될 무렵부터 울산에서도 코로나 상황이 더욱 심각해짐에 따라 각 학교에서는 1학기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등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비대면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었을 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꼈었는데,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점차 비대면 수업의 장점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심지어는 온라인 수업이 체계화된다면 이전과 같은 학교 교육이 불필요해 질 것이라는 추측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비대면 교육의 한계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비대면 교육이 안고 있는 실질적인 문제점을 거론하는 이들도 많다.

예를 들어, 성적의 하향평준화나 가정환경 차이에 따른 학생 간 학습 격차 심화 등은 비대면 교육의 폐해로 손꼽히는 대표적인 문제이다. 즉, 어느 한쪽에는 가정 내에서 제대로 온라인 수업을 학습할 수 있는 여건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원격수업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학원에서 강사의 도움을 받아가며 학교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원래 상위권이던 학생들은 성적을 유지하거나 상승하는 반면, 중위권 학생들부터는 하향평준화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비대면 교육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1차적인 대책으로서 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 방향으로서 온라인 기반 교육 활성화 및 이를 위한 인프라 개선 등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생각건대, 우선 가정환경 이외에도 어떠한 이유에서든 비대면 교육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학생이 학습권을 침해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공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온라인 교육 관련 인프라 확충이나 학습지원 등은 현 상황에서 중요한 교육대책으로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은 어디까지나 1차적인 대책일 뿐이지, 이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생각건대, 시대의 흐름에 따라 100% 온라인 수업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수업과 교육은 다르다. 수업은 학생들에 대한 지식이나 기술의 전달이라는 의미가 강하다면, 교육의 핵심은 지식의 전달을 통해서 온전하게 길러내는 것에 있다. 즉, 온라인을 통한 지식 전달의 어려움은 기술적인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온라인 교육을 통해서 지식 전달 이외의 교육의 목표나 기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측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즉, 멕시코 농촌 마을의 어린이가 제대로 배우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교육을 수강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지만, 인터넷이나 TV가 개통되었다고 해서 아이의 학습과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선생님의 존재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와 같이 코로나 시대의 교육 대책이 주로 지식의 전달을 원활히 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교육을 통해 정서적 교감이나 유대감을 느껴야 할 학생들의 교육 공백을 메울 수 없다. 따라서 학생들의 장기화된 비대면 교육에 따른 학습의욕이나 집중력 저하, 코로나 블루 등의 정서적 불안정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획일화된 지식 전달 방식의 교육이 아닌, 비록 온라인이라 할지라도 선생님과 학생, 또는 학생 간의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교육 내용을 확충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뜻하지 않은 것이기는 하나, 어쨌든 학생들에게는 홀로 공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만큼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깨닫고, 타인의 도움 없이도 홀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배미란 울산대학교 법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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