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된 이후, 김정규 대표는 진심으로 고민했다. ‘이거 계속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 온 게 어딘데 조금만 더…’ 등 하루에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갔다. 젊었을 땐 음악이 좋아서, 철이 들고 난 뒤엔 어린 친구(?)들이 숨쉬도록 라이브 무대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에 버텼다. 하지만 지난해 한때는 솔직히 더는 당해 낼 재간이 없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다.
“코로나 초창기는 누구나 어려웠죠. 정말로 접을 뻔 했어요. 조금 지나자 문화예술인지원, 전국민재난지원처럼 희망을 주는 정책이 들려왔습니다. 기다렸죠. 어렵사리 혜택을 받긴 받았습니다. 그래도 돈이란게 어디 그런가요. 예산을 푼 정부로선 곳간 문을 활짝 젖혔겠지만, 몇십만원 나눠받는 개개인으로선 형편이 풀릴만한 액수는 아니니까요.”
더구나 로얄앵커는 주변 문화예술인들이 그 동안의 활동을 근거로 지속활동이나 공간운영에 필요한 지원금을 받을 때는 제외됐다. 차와 술을 파는 상업시설이 포함돼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수긍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서운했다.
대관료·창작료·출연료·홍보비까지 모조리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예산타령만하는 몇몇 문화예술인 때문에 짜증이 확 올라왔다.
그래도 하소연 할 형편은 못됐다. 전국에 걸쳐 대형카페나 펍에서 확진자가 이어질때는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돌을 얹혀놓은 듯 가슴 한쪽이 옥죄어들었다.
“예년에는 한해 50회씩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딱 2번, 올해는 1번 밖에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문닫을 생각은 없습니다. 지난달에 어렵사리 겨우 공연을 진행했는데, 그때 로얄앵커를 왜 계속해야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극소수만 참석한 지난달 무대는 가수 하림이 출연한 ‘다함께 음악회’였다. 음악창작소와 함께 했다. 행사가 끝나자 한 관객이 ‘힘들겠지만 이 공간을 꼭 지켜달라’고 했다. 코끝이 찡했다.
“예술이 없어도 살 수는 있겠죠. 그래도 예술이 있어야 우리 삶이 풍요롭습니다. 퀸의 노래 ‘the show must go on’처럼 희망을 갖고 이 길을 이어가겠습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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