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 차정숙씨, “코로나로 외부활동 대신 매달린 공부, 결실 거둬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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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 차정숙씨, “코로나로 외부활동 대신 매달린 공부, 결실 거둬 기뻐”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1.08.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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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울산지역 초·중·고졸 검정고시에서 합격한 312명 중 74세의 나이로 최고령 합격한 차정숙씨.
“코로나 때문에 문화센터 수업도 다 끊기고 해서 심심해가(해서) 해봤는데 우예 합격해삣네예.”

올해 울산지역 초·중·고졸 검정고시에서 합격한 312명 중 최고령 합격자인 차정숙(74·중구 복산동)씨는 합격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차씨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검정고시에 응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문화센터나 복지시설의 노인 대상 강좌나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외부 활동도 하기 어렵게 되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검정고시에 도전하게 됐다.

차씨는 “검정고시를 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너무 심심해서 우연히 광고를 보고 2월에 신청한 뒤 3월부터 준비를 시작했다”며 “과목도 7개나 되고, 돋보기를 끼고 하루 2시간씩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려니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학과 영어는 사실상 포기했고 45점 정도를 목표로 했는데 운좋게도 65점과 72점을 받았다”며 “들어도 잊어버리기 일쑤였는데 동영상 강의를 주말에도 다시 보면서 공부했던 게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차씨의 고향은 경남 합천이다. 고등학교 교사였던 남편(2008년 작고)을 따라 지난 1975년에 울산에 와서 이제는 울산이 제2의 고향이 됐다. 두 딸과 아들은 출가했고, 아들은 미국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합격하고 나니 미국에 있는 아들과 손주들이 제일 기뻐했다”고 말했다.

차씨는 “6남매 중 막내인 저 혼자 집안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하고 중학교만 졸업했다”며 당시 학교(창녕 옥야중학교)와 집까지 거리가 왕복 40리였는데, 낙동강을 가로 질러 걸어다녔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고 회고했다.

검정고시를 합격한 차씨의 다음 목표는 대학교 진학이다. 차씨는 “처음에는 지역 4년제 대학교를 가볼까 생각했었는데 등록금이 너무 비싸고 이 나이에 취업할 것도 아니어서 방송통신대학교 영문학과에 도전하기로 했다”며 “대학 진학 후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해서 미국에 있는 손주들과 영어로 자유롭게 대화를 해보고 싶은 게 마지막 꿈이다”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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