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울주군 범서읍 망성리의 한 단감농가 곳곳에는 바닥으로 떨어진 과실이 눈에 띄었다. 나무에 매달린 단감 대부분은 옅은 푸른색을 띄고 있었지만 일부 주황색으로 변한 홍시도 매달려 있었다. 낙과한 단감 대부분도 주황색의 홍시 상태였다. 홍시에선 크고 작은 검은 점이 눈에 띄었다. 이들 단감은 탄저병 피해를 입었다.
단감 농사를 짓고 있는 안영진(46)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 무서운 탄저병에 걸렸다”며 “탄저병은 재해 보험 대상도 아니다보니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안씨는 1400그루에 맺힌 단감 중 50% 이상이 탄저병에 걸리는 피해를 입었다. 연간 평균 1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에는 사실상 반토막 났다.
안씨 뿐 아니라 범서지역에서 3만3000㎡ 이상 대형 규모로 단감농사를 짓고 있는 30농가 이상도 탄저병 피해를 입고 있다.
탄저병의 경우 주로 빗물 등에 의해 포자로 전파된다. 범서지역에 발생한 탄저병은 지난 7·8월 잦은 강우로 인한 낮은 일조량과 높은 습도 등 포자가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8월의 경우 강우 일수가 25일에 달했다.
탄저병 발생 초기에는 별다른 피해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지난 9월부터 검은색 점이 생기고 감 꼭지가 약해지며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울산에서 가장 많은 단감농가가 위치한 범서지역의 경우 단감 재배 면적이 약 140㏊에 이르며, 지역 단감 생산량도 올해 50~80%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탄저병 방역에 나서더라도 포자가 토양에 잠복 상태로 있다보니 여러 해에 걸쳐 피해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단감 나무를 신품종으로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이선호 군수는 이날 단감농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난 7월과 8월 잦은 강우로 일부 단감농가에서 탄저병 피해가 발생했다”며 “탄저병이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농가에 필요한 예방약제 등을 지원해 피해 최소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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