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가입학식, 동심에 날개를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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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가입학식, 동심에 날개를 달고
  • 경상일보
  • 승인 2022.01.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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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정 중앙초등학교 교사

‘째깍째깍’?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정각 10시가 되자 교문으로 예비 신입생과 학부모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오늘은 2022학년도 가입학식 날이다. 가입학식 이정표를 따라 걸어온 규연이랑 어머니는 손 소독제 앞에 섰다.

“환영합니다. 손 소독 부탁드립니다.” 입학을 축하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미소를 건네는 나에게 규연이는 함박웃음으로 답했다. 어머님도 덩달아 가슴 벅찬 마음으로 딸이 스스로 손 소독을 할 수 있도록 지켜보셨다. “와!”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은 어머니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어머니, 담임선생님에게도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 주실 것 같다. 어머니의 양육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로 들어온 소영이는 수줍음이 많아 보였다. 어머니가 친절히 손 소독제를 소영이 손에 두 방울 떨어뜨려 주셨다. 어머니의 딸에 대한 걱정과 따뜻함이 묻어나왔다.

그 뒤로 이어지는 낯선 장소에서 길을 잃은 듯한 표정, 부끄러워 할머니 곁으로 숨어버리는 친구, 내 집처럼 편안한 얼굴까지 학교를 방문한 첫 소감을 자신들만의 몸짓과 표정으로 담아내는 신입생들이 귀여웠다.

취학통지서를 제출하고 궁금한 것이 해소된 학부모들은 3월2일 입학식을 기약하며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이 ‘가입학식이 시시하다!’ 실망할까봐 ‘참 좋은 놀이터 사업’으로 탄생한 출렁다리와 짚라인, 모래산을 안내했다. 부모님들도 깜짝 놀라셨다. 학교 운동장에 짚라인이라니 부모님 세대에는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실컷 자랑하고 돌아서는 나에게 주한이가 다가왔다. “1학년 교실이 궁금해요.” “음, 그래” 잠시 망설이다 “주한이는 오늘 특별한 손님이니 선생님이 안내해줄까요?” 주한이는 신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는 살금살금 탐정대라도 된 듯 2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복도에 있는 의자와 책상을 밟고 올라가도록 주문했다. “주한아! 오늘은 특별한 날이야, 선생님 없이 혼자 절대로 올라가면 안 돼.” 다짐을 받고 또 받았다. 교실을 들여다 보자마자 주한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을 교실 창문에서 떼지 못했다. 주한이가 이 교실에서 한 해 동안 어떤 시간을 보낼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 순간만큼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모두가 돌아가고 없는 운동장에서 수인이 어머니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아이가 다녔던 유치원이 우리 학교 학군이 아니어서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하셨다. 혼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나를 붙잡고 담임인가 해서 심정을 토로하셨다. 아직 담임이 정해지지 않은 것을 아시곤 얼른 발걸음을 옮기셨다. 선생님이 어머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시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살펴주실 거라고 안심시켜 드렸어야 했는데, 어느새 어머님은 교문 밖으로 나가고 계셨다.

올 한해도 동심에 날개를 달고, 아이들과 함께 훨훨 날아오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안현정 중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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