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우리는 준비가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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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우리는 준비가 되어있을까?
  • 경상일보
  • 승인 2022.02.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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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서울 사는 지인 한명이 며칠 전 캐나다에서 귀국한 후 자가격리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검사는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관할기관에 물으려 했으나 하루종일 전화를 받지 않아 당황하여 엉뚱하게 울산에 사는 필자에게까지 물어본 일이 있었다. 현장의 혼란을 보여주는 일화다.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와 더불어 최근 몇주간 정부의 방역지침은 정말 정신없을 정도로 바뀌고 있다. 아직도 바뀌는 중이지만 골자는 격리와 역학조사 자체를 자율에 맡기는 것이었는데, 왜 이런 것이며 앞으로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일단 기존의 역학조사 및 추적, 통제 방식은 지금 현실적으로 쓸 수가 없다. 필자는 역학조사 과정들을 옆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세세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지금처럼 하루에 몇 만명 씩 쏟아져 나오는 경우엔 적용할 수가 없다. 격리 역시 수많은 인원들이 기존처럼 2주씩 격리를 한다면 그 사회적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기에 감염력이 약해질 정도의 기간이 되면(1주) 해제하는 쪽으로 잡았으리라 본다. 기존 방역 방식이 모든 것을 공기관에서 컨트롤하는 강력한 방역억제책이었는데, 지금은 그리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렇다고 기존에 실시하던 방역 패스 등의 지침을 다 해제하기엔 방역 당국 입장에서 부담감이 클 듯 하다. 조절은 있을 수 있겠지만 아마 유사시를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한동안 유지될 듯 하다.

정말 다행인 것은 현재 바이러스 우세종이 오미크론이라는 것이다. 사실 오미크론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확진자가 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미크론은 기존보다 전파력은 훨씬 크지만 중증도는 확 떨어져 기존 델타변이에 비해서 대략 3분의 1 정도라고 보고되고 있다. 백신을 맞은 사람의 경우 중증도로 가는 비율이 더욱 낮다. 지지부진했던 초창기와 다르게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백신접종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미크론은 더 이상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만큼이나 위험하다고 보기 힘들다. 물론 아직 일반 독감에 비해선 중증으로 갈 확률이 2배 가량 높기에 완전히 방역을 해제하는 것도 섣부르다. 예방의학 연구자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하는 분석은 앞으로 2~3달 간 지금보다도 확진자 수가 몇배로(크게는 5배까지) 늘어나게 되고, 그 이후에는 점차 다시 줄어든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변이가 발생할 변수도 있지만, 그 변이가 갑자기 높은 중증도를 가질 확률보다는 지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아질 확률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지금의 유행은 말그대로 코로나가 풍토병이 되어가는 과정 중 하나다.

사실 지금부터 정말 중요한 것은 전국에 있는 병원들의 상황이다. 이미 서울 경기 지역에선 작년 병상이 부족해 한동안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오미크론이 중증으로 가는 확률은 낮아도 환자 수 자체가 그를 상쇄할 정도로 확연히 많아지기에 똑같은 상황이 올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앞으로 몇 달간은 전국의 병원들이 버텨내는 것이 관건이다. 작년과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울산도 해당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울산은 이 상황에 어떤 대비를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다행히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준비를 많이 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흔해지면 재택치료로 충족이 안되는 외래진료 상황과 입원진료 상황 둘다 상정해야 한다. 단순히 호흡기질환만 해당되는게 아니라 사고로 뼈가 부러지거나 다른 내과적 질환을 겪을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에 대비해 각 시도에선 확진된 상태의 환자가 와서 진료할 수 있는 외래진료소를 하나씩 만들고 있다. 울산에는 며칠 후 필자가 속한 울산병원에서 음압이 걸린 외래진료소를 오픈하게 된다. 병상의 경우 다행히 울산은 서울 경기지역이 병상부족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고 대비할 시간이 있었다. 현재 울산에 있는 대부분의 종합병원들은 시와 협력해 음압병상을 만들어놓은 상태다. 필자가 일하는 병원에도 48개의 병상이 마련되어 있으며 재택치료 중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환자들 위주로 받게 되는데 이미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반 정도가 차있다. 앞으로 더욱 확진이 많아지면 방역당국에선 코로나 환자를 일반병동에 같이 입원시키는 것도 용인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론 그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상황에 대처하는, 위기 상황에 합심하는 병원 구성원들의 모습을 보며 느낀 것이 많았다. 말했듯이 향후 몇 달간은 울산은 물론 전국에 있는 모든 병원들이 ‘버텨내야’ 할 시기다. 이런 시기에 미약하게나마 의료기관으로서 책임을 다 할 수 있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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