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로전이 돼버린 야권 후보 단일화…정치혐오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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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폭로전이 돼버린 야권 후보 단일화…정치혐오 부추긴다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02.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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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최대 관심사인 야권 단일화를 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의 공방이 뜨겁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4일 중앙선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단일화 결렬 선언(20일)을 했을 때는 이미 시간이 다 지난 다음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도, 유권자들도 단일화 논의가 완전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줄곧 50%를 웃돌고 있고 정권교체를 실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야권후보 단일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쏟아지는 단일화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은 그동안 수없이 보아온 ‘정치거래’에서 한발자국도 나아진 것이 없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3일 단일화 불발의 배경과 관련해 국민의당 내부의 ‘배신’이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대표는 삼국지 속의 배신자를 거론하며 “그런 거 하는 분들이 있었다”면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의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측 관계자에게 ‘안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는 등 제안을 해온 것도 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의 당대표가 일이 틀어졌다고 해서 물밑에서 오간 말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내놓을 일은 아니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대표가 “이달 초 비공개로 합당을 제안했다”고 맞불을 놨다. 이 본부장은 자신이 소위 ‘배신자’가 아니라는 점을 해명하는 동시에 이 대표가 이중플레이를 하거나 자기 정치를 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대의에 입각한 떳떳한 폭로라고 보기는 어렵다. 같이 일을 도모하려다가 잘못되면 상대의 잘못을 끄집어내 그 원인으로 삼으려는 심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중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우선에 두고 사사로운 이익이나 개인적 감정은 자제할 줄 아는 정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단일화 불씨를 되살려도 시원찮을 판에 서로 책임 공방만 주고받는 정신없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파장 분위기가 완연하긴 하지만 선거일 하루 전까지도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는 없다. 우리 유권자들은 이미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과정을 지켜봤다. 결국 마지막 키는 두 후보가 쥐고 있다. 겨우 12일 남았지만 앞으로도 단일화 논의를 계속한다면 두 후보가 직접 나서 정치적 거래 이상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것이 그나마 유권자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지지율 높이기나 권력 나눠먹기에 급급한 정치적 거래로 유권자에게 표를 동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함께 제시한 다음 정정당당하게 심판 받을 각오가 됐을 때 비로소 단일화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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