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23일 단일화 불발의 배경과 관련해 국민의당 내부의 ‘배신’이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 대표는 삼국지 속의 배신자를 거론하며 “그런 거 하는 분들이 있었다”면서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의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측 관계자에게 ‘안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는 등 제안을 해온 것도 있다”고 말했다. 제1야당의 당대표가 일이 틀어졌다고 해서 물밑에서 오간 말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내놓을 일은 아니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대표가 “이달 초 비공개로 합당을 제안했다”고 맞불을 놨다. 이 본부장은 자신이 소위 ‘배신자’가 아니라는 점을 해명하는 동시에 이 대표가 이중플레이를 하거나 자기 정치를 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대의에 입각한 떳떳한 폭로라고 보기는 어렵다. 같이 일을 도모하려다가 잘못되면 상대의 잘못을 끄집어내 그 원인으로 삼으려는 심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중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장 우선에 두고 사사로운 이익이나 개인적 감정은 자제할 줄 아는 정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단일화 불씨를 되살려도 시원찮을 판에 서로 책임 공방만 주고받는 정신없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파장 분위기가 완연하긴 하지만 선거일 하루 전까지도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알 수는 없다. 우리 유권자들은 이미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과정을 지켜봤다. 결국 마지막 키는 두 후보가 쥐고 있다. 겨우 12일 남았지만 앞으로도 단일화 논의를 계속한다면 두 후보가 직접 나서 정치적 거래 이상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것이 그나마 유권자에 대한 마지막 예의다. 지지율 높이기나 권력 나눠먹기에 급급한 정치적 거래로 유권자에게 표를 동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함께 제시한 다음 정정당당하게 심판 받을 각오가 됐을 때 비로소 단일화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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