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울산 콘텐츠산업단지를 조성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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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울산 콘텐츠산업단지를 조성할 때가 왔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3.0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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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종진 (사)울산콘텐츠협회 이사장

작년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제4차 예비문화도시 선정에 울산을 포함시켰다. 올해 평가에서 최종적으로 문화도시에 지정되면 200억 규모의 국비지원을 받게 된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분야 주력산업도시로 각인되어 창의적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마인드와 인프라 및 성장기회가 거의 없는 울산광역시에 품위 있고 여유로운 삶을 맛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벅차온다.

하지만 자생과 지속가능 문화콘텐츠산업도시로 향하는 청사진이 없다면 잠시 동안의 돈잔치형 축제에 그치고 만다.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이라는 단어의 차이점은 매출과 수익 목적 여부에 있다. ‘문화예술’은 예술인의 창의적 활동이 목적이며 ‘문화산업’은 예술과 기술을 도구로 창의적인 상품을 생산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문화예술 분야는 예술가 이름이 전시나 공연포스터에서 결코 빠질 수 없듯 창작자 자신이 주인공인 반면 ‘문화산업’은 창작물이 주인공이며 심지어 브랜드나 상품만 나타내고 창작자의 이름은 내세우지 않기도 한다. 소위 명찰과 계급장을 떼고 시장에서 상품만으로 경쟁한다. 문화예술은 수익목적이 아닌 순수 작품 활동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조금이 끊기면 지속성의 한계가 빠르게 드러난다. 진정한 감동을 주어 지갑을 열게 하는 고객과 대중에 대한 서비스와 눈높이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일방적인 창조 작업과 전시활동에 무게를 싣기 때문에 안정되고 지속가능한 창작활동이 쉽지 않다. 한류로 휩쓴 세계 최고의 K컬처 대부분이 음악, 영화, 드라마, 웹툰,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산업 분야이며 소수를 제외한 순수예술 분야는 스타덤에 거의 오르지 못하는 이유가 산업화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 지속가능성에 대해 절실하지 않거나 창작예술에만 집중해 돈 버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창의 산업’ 강국인 영국의 대처 수상은 문화예술산업 지원정책으로 팔이 닫는 한 최대한 지원한다는 ‘팔길이 원칙’과 동시에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친다는 지원방침을 강하게 추진했다고 한다. 지속가능하고 문화가 또 하나의 주력 산업인 진정한 문화도시로 도약하기를 원한다면 기존의 예술인 창작지원 규모의 단순 확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나아가 매출성장을 지속 관리하는 예술창작물 사업화 지원 영역을 강화해야한다. 작년 예비문화도시 제안 시 주제였던 ‘꿈꾸는 문화공장’은 멋지고 낭만적이긴 하나 비생산적이다. 예술가도 중소기업을 운영하듯 불티나게 팔려 나갈 수 있는 우수한 상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치열한 노력과 마케팅 활동을 포함한 경쟁을 할 각오를 지녀야 하며 울산시의 문화공장 정책도 아름다움과 낭만적인 예술 활동 지원을 넘어 울산형 K컬처를 창조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산업육성까지 높게 멀리 목표를 세워야 한다.

올해 문화도시 선정시 받게 될 200억원의 국비는 지속성장을 위한 연료로만 사용하고 제대로 된 정주행을 위해 울산시가 팔을 걷어붙이고 콘텐츠산업단지 등의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한다. ICT, 게놈 등 4차산업혁명 각 분야에서 특구와 테크노산업단지를 조성해 집약형 산업육성 인프라를 구축하듯 크리에이티브산업단지를 설계하고 창의적 인력과 기업 및 시설과 마켓을 마련해야 한다.

콘텐츠산업단지는 복합문화공간의 기능을 갖게 되므로 시민뿐만 아니라 주변도시와 관광객이 함께 방문할 수 있어 다양한 문화예술관광콘텐츠산업이 활발하게 성장할 수 있다. 문화산업기반의 특구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콘텐츠기업은 당연하며, 순수예술인과 시민문화예술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전 시민 문화활동 1인1기 캠페인을 통한 생비자적 내수경제체계도 활성화할 수 있다. 그리하면 자생형 예술시장까지 활성화된다. 이때 전략적 스타마케팅과 같이 지역예술가와 창작활동을 브랜드화하고 콘텐츠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영세한 갤러리와 공연기획사를 콘텐츠시장의 중심으로 끌어내어 육성하고 순수예술을 상품으로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도 개척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거래가 일어나는 콘텐츠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일반인들의 여가공간 기능과 함께 문화와 예술을 취미로 하거나 예술활동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일반시민들과 일자리가 없거나 쉬고 있는 각 분야 전공자들 혹은 동호인들이 함께 모이는 아크로광장이 된다. 그리하여 예술활동도구, 공연전시, 아카데미, 아트페어 등의 시장이 자생하며 새로운 일자리와 생비자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이때 정부와 지자체는 1인1기 캠페인 지원 등 그 자생시장의 활성화와 약점보완에 집중하면 시민들이 품격 있고 즐거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강종진 (사)울산콘텐츠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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