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높은 투표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두고 아전인수식 전망을 내놓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양강 후보 중 누가 투표장으로 더 많은 지지자를 끌어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지지층 결집을 통해 투표율 높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나타난 후보의 됨됨이나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이 존중되기보다 여전히 전통적 지지층에만 의존하는 ‘편 가르기 정치’가 아쉽긴 하지만 투표율 상승이 바람직한 현상임은 분명하다.
만일 이번에 투표율이 80%를 넘게 되면 헌정 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 교체가 이뤄진 15대 대선 이후 25년 만에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직선제 개헌 후 처음 치러진 1987년 13대 대선 투표율이 89.2%에 달해 90%선에 육박했다. 이후 1992년 14대 대선(81.9%), 1997년 15대 대선(80.7%), 2002년 16대 대선(70.8%), 2007년 17대 대선(63.0%)을 거치면서 투표율이 점점 하락했다가 2012년 18대 대선에서 75.8%로 크게 올랐고, 탄핵 정국을 지나 조기에 치러진 5년 전 19대 대선 투표율은 77.2%를 기록했다.
높은 투표율이 어느 후보에게 더 유리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역대 최고를 기록한 사전투표율만 해도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사전투표율이 높았으므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투표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것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자들이 대거 사전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특정 후보의 유불리가 아니라 국민의 높은 참정권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우리의 선택인 투표는 민주주의 정치 발전에 있어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어느 후보건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면 그만큼 국정운영에 추진력이 생기고, 박빙의 승부라면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정치를 할 수밖에 없게 하는 저력으로 작용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8일 “투표율은 그 정치공동체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투표는 국정에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양강 후보 뿐 아니라 설령 12명의 대선 후보가 하나같이 ‘비호감’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그들 중 한명을 선택하는 투표를 해야 한다. 오늘 하루 오롯이 ‘국민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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