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다문화학생 교육은 맞춤형 지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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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다문화학생 교육은 맞춤형 지원으로
  • 경상일보
  • 승인 2022.03.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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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경애 동백초등학교 수석교사

새 학기를 맞으면서 울산 동구에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의 정착과 자녀들의 입학 문제로 시청, 교육청 등 관련 기관과 학부모, 지역 주민 간에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지난 10여년을 울산교육청의 다문화·탈북 학생교육 지원단으로 활동하면서 다문화 정책학교 컨설팅, 교사와 학부모 대상 다문화 이해 교육, 이중언어 말하기대회 심사, 한국어 자료개발 및 다문화 관련 각종 행사 지원 등 다문화교육에 관여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편치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혼 이주여성이나 이주노동자들은 우리의 필요에 의한 입국이 많았고, 30여 년 전부터 조금씩 늘어나다 보니 어느덧 익숙해진 면이 있다. 학생들이나 일반 국민들도 다문화교육을 통해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은 갑자기 대규모의 인원이 들어왔고, 이슬람이란 낯선 종교도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몇 해 전 만났던 한 아이 생각이 난다. 담임으로부터 다문화가정 학생 상담을 부탁받았다. 발음이 약간 어눌하고 말의 속도는 느리지만 대화엔 문제가 없었다. 아빠는 한국인이고 엄마는 베트남인인데, 엄마가 직장에 나가야 해 베트남 외가에 맡겨졌다가 초등 2학년 때 우리나라로 돌아왔다고 했다. 중도입국학생이라 한국어 수업 지원을 받았으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지원 대상에서 빠지게 된 것 같았다.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하니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공부를 못하는 아이가 되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조금 부족한 아이로 인식되어 있는 듯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는 점점 혼자가 된 것 같았다.

“너, 너무 힘들었겠다.” 나의 말에 아이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도 돼.” 아이는 엉엉 소리를 내며 울었다. 한참을 소리 내어 울고 난 뒤 아이가 말했다. “나는 바보가 아니에요.” “그래, 그래. 너는 바보가 아니라 한국어가 조금 부족한 것뿐이란다.”

아이는 친구들이 자기를 바보로 알고 있는 것이 무척 속상하다고 했다. 한국어 사용이 서툴러 자기 생각을 말이나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할 뿐이지 다른 5학년 학생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이 학생을 상담하면서 나는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교육부의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대책을 시작으로 다문화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과정 성취기준에도 다문화 교육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학생들의 다문화 감수성과 수용성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3년마다 실시하는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를 보아도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다문화 가정 자녀 중에는 위의 학생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한국사람으로 잘살고 있었는데 학교에 가니 자신들이 ‘다문화가정 학생’으로 분류되면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것이다. 각종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들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이 부족하지는 않았나 생각해 볼 일이다. 워낙 개인별 사정이 다양한데 행정적 효율성만을 앞세운 보편적인 지원만을 하게 되면 정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맞춤형 지원이 꼭 필요하다. 필요한 곳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서 다문화가정의 학생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도와야 한다. 매년 줄어드는 출산율로 인해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아이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학생들도 우리 국민의 일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갖고 살아가게 된다.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지리적, 위치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강하고 역량을 갖춘 사회 구성원이 필요하다. 그 구성원은 지금의 아이들이 자라서 담당하게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경애 동백초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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