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유식해상풍력의 행복 항해를 알리며
상태바
[기고]부유식해상풍력의 행복 항해를 알리며
  • 경상일보
  • 승인 2022.03.23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형근 울산사회일자리에너지정책 특보

지난 2월25일 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는 울산 부유식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추진하고 있는 민간투자사가 제출한 프로젝트의 발전사업 허가를 대거 승인했다. 이로써 총 6.1GW의 부유식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의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될 수 있게 됐다. 투자사들과 최초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만 2년1개월 만에 이룬 성과였다.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투자사들의 의향을 확인하고 조선해양플랜트 엔지니어들과의 만남 속에서 사업 의지가 다져지는 과정을 거치며, 마치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구슬을 꿰는 심정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라고, 세계적인 기업들은 다들 알아주는 데 정작 우리는 몰랐던 울산의 장점들을 새롭게 발견하고 엮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그림들을 그려왔던 시간이기도 했다.

최초의 시민 토론회에서부터 어민들이 참여해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하고 이후 각종 공개 토론회에서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으려 했던 시간이었다. 해군을 포함해각 관련 기관들과 협의하며, 이 사업이 특정 투자사의 사업이 아닌 울산 산업의 재도약 여부를 결정하고, 전통제조업 중심의 산업수도에서 탈탄소 재생에너지 신산업수도로의 전환을 이루는 핵심 키임을 설득하고 공유하며 ‘오케이’ 사인을 받는 시간이었다.

또한, 관련 학술대회에서 한두개의 연구논문이 섹션주제가 부유식해상풍력이 되고, 이윽고 전체 발표 논문 중 거의 절반일 정도로 변하는 것을 확인해왔던 시간이었다. 관련 기업들의 변화 역시 참여의 수와 관심의 폭, 깊이가 시나브로 커져가는 시간이었다. 3MW 풍력터빈이 주종인 우리나라의 터빈제조사가 이제 8MW 풍력터빈을 실증하는 단계까지 가도록 자극했고, 그에 따라 블레이드도 짝을 이뤄 발전해왔으며, 초기에는 국책과제에 결합된 한두개 울산 중소·중견기업만이 관계했으나 어느덧 100여 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울산공급망협회’를 꾸릴 정도로 넓어졌다.

그 사이 울산의 국제적 위상도 상당히 높아졌다. 현재 세계적으로 30MW의 스코틀랜드 앞바다 하이윈드 발전단지와 25MW의 포르투갈 앞바다 아틀란틱 발전단지, 50MW의 스코틀랜드 앞바다 킨카딘 발전단지가 운영되고 있지만, 울산처럼 GW급의 대규모는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한국에서의 발전사업 허가가 유럽 현지의 에너지전문 언론 1면을 차지할 정도로 울산의 발걸음 하나 하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한 투자사의 울산 사무실 개소식을 시작으로 울산시와 울산기업, 교육기관, 투자사 그리고 해당 국가의 대사관들이 협약을 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사업은 특정 기업의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RE100을 달성하고 그린 택소노미에 맞는 투자를 하는 것은 국적을 넘어 기필코 이뤄야 하는 시대적 사명이기에 이 사업은 국제적 신뢰 속에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국제적 협력사업으로 위상을 점해왔다.

이렇듯 시간이 지나며 많은 것이 변했고 많은 것을 이뤘다. ‘낯선, 실증도 안 된 사업’이라는 이미지에서 ‘풍력의 게임 체인저’ ‘객관적 산업조건이 받쳐주는 최적지 울산’ ‘대한민국 대표적인 그린뉴딜 사업’이라는 평가와 타이틀로 변해가는 시간이었다. 사업의 규모가 9GW로 높아지면서 대규모의 이점 역시 쌓여가고 있다. 조선해양플랜트 외에 설계, 전기전자, 각종 기계부품, 운송, 계류, 그리고 특수페인트, 해저 케이블, 해상 변전소 등 관련 산업의 성장은 당연하다. 거의 모든 기술과 인력을 울산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이점은 시민들에게도 그 혜택이 간다. 재생에너지를 촉진하기 위해 ‘주민참여형’ ‘지자체 참여형’ 등 법과 제도가 보장하는 REC 가중치를 활용하면 추가 세수 없이도 기본소득은 가능할 정도다. 역시 주민참여형으로 발전사업자의 지분을 갖게 되므로 전기판매 수익에 대한 배당을 모든 시민이 20년 이상 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착한 전기를 대규모로 만드는 지역이 받는 축복 같은 선물이다. 착한 에너지 기본소득이며 착한 에너지 장기 적금인 동시에 착한 에너지 시민연금인 셈이다. 이제 그 행복의 항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형근 울산사회일자리에너지정책 특보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기자수첩]폭염 속 무너지는 질서…여름철 도시의 민낯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
  • 방어진항 쓰레기로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