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가의 정원이야기(25)]료안지 석정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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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가의 정원이야기(25)]료안지 석정의 봄
  • 경상일보
  • 승인 2022.03.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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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해외 조경 답사 코스로 일본 교토를 방문한 적이 있다. 오랫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엔 문화재로 볼거리가 가득하다. 유독 기억에 남는 사진 한 장이 있다. 료안지(龍安寺) 방장 마루에 걸터앉은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신을 벗고 방장 안으로 올라섰다. 맞은편 녹음이 마룻바닥에 물들었다. 마치 시에라 필터로 편집한 듯했다. 남쪽으로 길쭉한 흙담을 배경으로 석정(石庭)이 펼쳐진다. 정원이라면 으레 있을 법한 물, 나무, 꽃 한 포기 없이 모래와 돌과 약간의 이끼가 전부이다. 이 정원을 이해해 보려 한참을 앉아 있었지만 밀려드는 관광객들 속에서 집중하기란 쉽지 않았다.

돌, 물, 나무는 일본 정원의 3대 요소이고 그 가운데 중심은 돌이다. 굵은 모래와 바위만으로 산과 강의 풍경을 표현하는 일본 정원 양식을 고산수(枯山水·가레산스이) 정원이라 한다. 좁은 마당에 광대한 풍경을 담아내는 것이 가레산스이의 시작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일본미의 대명사 젠(zen) 스타일의 대표적인 정원이라고 보면 된다.

▲ JR 관광 포스터에 담긴 료안지 석정.
▲ JR 관광 포스터에 담긴 료안지 석정.

젠은 ‘선’ 사상을 말하며, 선은 본디 ‘참된 나’를 만나는 것, 자기 내부에 있는 진리와 도리를 몸으로 체득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일본에서는 예부터 실제 사물보다 그것이 드리운 그림자나 수면에 비친 경치 등을 중요시했다. 진짜는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시간이나 날씨, 계절에 따라 주변 풍광이 달라지니 감흥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복도에 걸린 JR 관광 포스터의 사진 한 장과 글귀에 반전이 있다. ‘아, 석정이 웃었다./ 언제나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는 정원에도,/ 봄이 왔다.’ 진흙에 유채 기름을 바른 흙벽 담장 위로 능수벚나무가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봄이면 분홍빛 꽃이 만개하고 석정이 활짝 웃는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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