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생각]외국인과 신의(信義)를 지켜서 나라를 지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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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생각]외국인과 신의(信義)를 지켜서 나라를 지킬 수도
  • 경상일보
  • 승인 2022.03.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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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빈 강남동강병원이사장

<열하일기> ‘옥갑야화’ 편에 중국 명나라 병부상서(兵部尙書) 석성(石星) 얘기가 나온다. ‘옥갑야화(玉匣夜話)’는 옥갑이란 곳에서 밤에 통역관들이 들려준 얘기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옛날에 통역관 홍순언이 북경에 갔을 때 얘기다. 기생집에 가서 창기(娼妓)를 만났는데, 그 창기는 전에 벼슬이 높은 집 여식이었는데, 재산을 추징당하는 바람에 몸을 팔아서 아비 목숨을 구했다고 했다. 홍순언이 그 사연을 듣고 2000금으로 몸값을 치르고 속량시켜줬다. 그 여자가 나중에 석성의 부인이 됐다. 석성이 벼슬이 올라서 병부상서로 있을 때, 임진왜란이 터졌다. 명나라 조정은 구원병을 보낼 지 말 지 의견이 갈렸는데, 석성이 조선에 군대를 보낼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석성이 조선 사람을 의롭게 봐서 그랬다고 한다. 1780년에 어느 통역관 하나가 188년 전 일을 말한 것이다. 역사 기록에 어떻게 나오는지, 사실이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자기 이익을 버리고 별 상관 없는 외국인에게 한 번 베푼 것이 나중에 나라가 망하느냐 사느냐 하는 일에 영향을 줬다고 하니, 이야기가 기이하고 재밌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동구에 정착하는 과정에 법무부 정부합동지원단이 울산시청, 지역시민과 의논하지 않고 결정했다고 해서 지역사회에서 불만이 있었다고 하는데, 이들 자녀 85명이 어제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모습을 신문에서 보니 분위기가 좋아 보인다. 한국에 외국인이 200만 명이 넘고, 울산에 외국인이 2만 명이 넘는다는데, 그래도 아프가니스탄 사람이라고 하면 정말 낯설게 느껴진다. 이 사람들을 머나먼 한국까지 데리고 와서 일자리를 주고 애들 학교를 알아봐주고 여기서 살도록 해준 것은 이 사람들과 ‘신의(信義)’를 지킨 것이다. 한국군이 떠나고 나서 이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말든 한국에 크게 손해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몇몇 사람들과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가볍게 여기는지에 따라서 나중에 어떤 일이 어디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다.

경상일보 ‘울산에 산다’ 코너에서 울산에 사는 외국인들이 하는 얘기를 전해주는데, 재밌게 보고 있다. 주로 중국, 베트남, 필리핀, 중앙아시아 쪽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들은 국적을 취득해서 지금은 ‘한국인’이다. 이들의 사연 중에, 결혼해서 한국에 살고있는 언니 소개로 한국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했다든가, 부모님을 모셔와서 식구들이 다 한국에 살고있다든가 하는 얘기들이 있다. 미국, 캐나다에 이민 간 한국 사람들이 한국에 친척이 있는 것처럼, 울산에 사는 외국 사람들도 다들 자기 나라에 가족, 친척,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멀티미디어로 통신할 수 있다.

울산이라는 도시가 외국 사람이 살기 좋고, 울산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관계를 좋게 하면, 언젠가 어디선가 울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거라 생각해본다.

박원빈 강남동강병원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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