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효과를 기대하는 구상이긴 한데 공간이 부족하다면 반드시 한 곳에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이용 타깃이 같을 때는 효과가 배가되겠지만 같은 분야의 시설이라도 이용객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전문과학관이나 공원 이용객들이 주로 울산시민들, 또는 영남권 주민이라면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전 세계인을 타깃으로 삼아야 하는 시설이기에 하는 말이다. 산업박물관은 외지인의 접근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규모도 클수록 좋을 뿐 아니라 산업발달에 따른 새로운 시설 조성을 위해 확장성도 있어야 한다. 울산시의 계획대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SK가 참여하는 미래기업관까지 더해진다면 규모와 확장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외지인의 접근성 향상은 타당성조사에서 비용편익비(B/C)를 높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항목이다.
울산시민들의 숙원사업인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우리나라 60여년 산업발달의 역사를 담는 시설로 세계적 규모의 시설일 때만 유용하다. 전쟁의 어려움을 딛고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한 대한민국의 산업역사를 개발도상국들이 벤치마킹하러 올 수준의 세계적 시설이 아닌, 기존의 역사박물관 수준의 산업박물관을 만들어서는 운영비만 들어가는 ‘돈 먹는 하마’를 추가할 뿐이다. 2013년 정부가 용산에 건립하겠다고 한 산업기술박물관의 규모는 20만㎡이고 예산은 1조2000억원이었다. 울산으로 건립지가 바뀌면서 10만㎡ 규모에 예산 186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애초 계획대로 규모를 키워야만 하고 그만한 부지도 찾아야만 한다.
때마침 산업부도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사업을 포기했다가 지난해 재개하면서 제로베이스에서 울산시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울산공약에도 포함됐다. 애초의 계획대로 규모를 확대하는 것과 함께 정주영, 이병철이건희, 구인회구자경, 최종건최종현 등 산업1세대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는 만큼 자료 확보를 위해 서두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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