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한국형 대화 경찰제도 도입 5년차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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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한국형 대화 경찰제도 도입 5년차 그 이후
  • 경상일보
  • 승인 2022.04.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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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장혁 울산 남부경찰서 경장

지난 2016년 인도양에서 조업 중이던 원양어선에서 선장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살해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한국인 선장이 선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술자리를 준비했는데 베트남 선원의 ‘~요 ~요’라는 말을 ‘욕’으로 오해해 몸싸움이 시작됐다고 한다. 베트남어로 ‘못하이 바 요’가 술자리에서 우리가 흔히 하는 ‘건배’의 의미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 소통의 부재가 아마 가장 큰 원인이 됐을 것이다.

이처럼 일터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사람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문제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이미 발생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수단 또한 소통이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간의 소통을 이끌어 내는 가장 중요한 수단은 말이다. 영어에서 대화를 의미하는 ‘Dialogue’는 ‘가로 지른다’는 뜻의 Dia와 ‘말 또는 글’을 의미하는 log가 합쳐진 단어다. 의사전달의 주요 수단인 말, 즉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조율하는 것이 대화의 본질이라 하겠다.

경찰에서도 시민의 치안만족도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를 위해 현장에서 국민들과의 소통을 높이고자 ‘대화 경찰관’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대화경찰관 제도는 스웨덴에서 2008년에 시행했고 우리나라도 2018년에 도입해 ‘한국형 대화경찰’이라는 제도로 정착되고 있는 중이다.

대화경찰관들은 앞서 말한 ‘가로질러서 상대에게 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집회가 시작되기 전 집회 신고 단계에서부터 주최자를 만나 깊이 있는 의사소통을 통해 라포르(유대감)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집회나 시위 도중 현장에서 충돌이 우려되는 경우 양 당사자 간을 가로질러 다니며 오해를 해소하고, 물리적 충돌이 임박한 경우 사전에 대화로 예방해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면서 경찰의 치안유지 부담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화경찰관의 주요 활동은 △집회 참가자 간 갈등 완화 △집회 개최로 인한 민원 중재 △집회 참가자와 경찰관들의 물리적 충돌 예방 △안전사고 예방 등이다. 대화경찰 도입 초창기에는 집회 참석자들이 “대화경찰이 뭔가요?” 라는 질문을 하면 막연한 설명만 했고, 하나의 형식적인 제도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많았다. 그러나 이후 현장에서 갈등을 완화시키고 시민들의 소음, 교통 불편 등의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소 시켜주는 과정에서 점차 긍정적인 제도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궁금증이나 부정적인 시각으로 대화경찰관들을 보기 보다 본인들의 고민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다가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시민들이 언제든지 쉽게 대화경찰관들을 찾을 수 있고 시민의 눈 높이에 맞는 자세로 응대하는 경찰조직이 되고 있다. 이제 도입 5년차를 맞이한 대화경찰관 제도는 경찰과 집회 참석자들을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안전한 집회 시위 활동을 보장하면서 경찰의 치안 부담을 줄여주는 선순환 역할을 함으로써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적 프로세스의 하나로 정착될 것으로 기대한다.

조장혁 울산 남부경찰서 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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