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근석이 평화의 상징?…간절곶 조형물 재활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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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근석이 평화의 상징?…간절곶 조형물 재활용 논란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2.04.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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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울주군 간절곶공원 내 조각광장 내 설치돼 논란을 빚고 있는 평화통일 염원 조형물. 그 옆에 설치된 ‘평화통일염원비’는 철거됐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울산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공원 일대 평화통일 염원 조형물 및 기념비 설치(본보 4월6·7일자 6면)와 관련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조형물이 약 10년전 설치돼 논란이 됐던 ‘남근석’을 울주군이 재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울주군 등에 따르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울주군협의회 요청으로 군과 민주평통이 간절곶공원 내 조각광장에 세운 평화통일 염원 조형물은 10년전 울산농협에서 기부채납한 ‘남근석’과 ‘여근석’ 등을 재활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칭 ‘평화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군과 평통이 이 곳에 갖다 놓은 조형물(석재)은 총 5개로 이 중 ‘울주에서 백두를 잇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높이 4.2m 크기의 메인 조형물이 기존 남근석을 재활용한 것이다. 바로 옆에는 한반도 모양의 석재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울릉도와 독도를 상징하는 둥근 형태 돌 2개도 갖다놓았는데 이 또한 남근석과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형물 뒤로는 여근석이 자리하고 있다. 한반도 모양 석재 조형물을 제외한 나머지는 기존 남근석·여근석을 그대로 활용했고, 남근석에 문구와 심볼마크, 단체이름만 새긴 것이다. 결국 남근석이 평화의 상징이 된 모양새다.

울산농협 관계자는 “오래전 일이라 자세히는 모르나, 울주군금고로 지정되고 나서 2000만원 상당을 기부채납했고, 당시 군에서 요구했던 게 이 조형물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평화통일 염원 조형물 및 기념비 설치에 대한 지역사회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한 시민은 “진정한 평화통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드네요. 누군가에게는 ‘보여주기식’ 염원비, 이름, 이런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라고 비판했다. 또 “개연성도 없고 생뚱맞다.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등 부정적 반응 일색이었고 조속한 철거를 촉구했다.

군이 민주평통에 예산을 간접 지원한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조형물 설치와 주변 정비에는 700만원이 소요됐다. 군은 공원정비 명목으로 자체적으로 예산을 들여 했다고 했으나 평통의 제안과 요청에 군이 응하면서 사실상 간접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평통측에서 요청이 들어와 내부 검토를 거쳐 기존 조형물을 재활용하고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치를 하게 되었다”며 “현재로서는 철거 계획은 없으나 여론수렴과 내부 검토 등을 거쳐 다른 방향으로 결정이 나면 (철거여부를)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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