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이제 기업간 거래대금은 상생결제시스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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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이제 기업간 거래대금은 상생결제시스템으로
  • 경상일보
  • 승인 2022.04.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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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남우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흔히, 시장의 불균형,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를 가리켜 경제 3不이라고 한다. 많이 개선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대·중소기업간 거래에 갑과 을이 존재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기업간 거래에서 중요한 사항 중 하나가 납품대금의 지급에 관한 사항인데, 현금결제를 희망하는 판매기업에 대해 구매기업은 현금이 아닌 어음을 관행처럼 지급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로 인해 을의 위치에 있는 판매기업은 대금회수와 관련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현금결제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현금결제는 만기일에 대금을 지급받는 구조인데, 만기일 이전에 일정비율의 할인율을 감수하더라도 조기에 현금화를 하려는 중소기업도 있기 때문이다.

중기부는 이러한 불편사항을 모두 해소할 수 있는 상생결제시스템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제22조에 근거해 지난 2015년에 도입했다. 도입 초기에는 결제 대상을 구매기업과 1차 협력사에 대해서만 적용했는데, 2018년 9월부터는 2~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면서 상생결제로 납품대금을 지급받은 판매기업은 자신의 협력기업에 대해서도 상생결제나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제도를 권고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변경했다.

또한, 2021년 10월에는 민간분야뿐 아니라 공공분야까지 상생결제를 할 수 있도록 상생협력법을 개정해 1~N차 협력기업은 납품대금에 대한 걱정없이 현금으로 만기일에 대금을 지급받거나, 정부·지자체의 신용도를 활용해 할인을 통한 조기 현금화도 가능하게 되었다.

상생결제시스템의 개념을 살펴보면, 구매기업이 판매기업에 지급해야하는 납품대금을 은행이 보증하는 결재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납품대금이 총 10억인데, 1차 협력사가 6억, 2차 협력사가 3억, 3차 협력사가 1억인 상황이라면, 구매기업은 6억을 1차 협력사에 지급하고, 나머지 4억을 상생결제시스템을 운용하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협약을 체결한 은행계좌에 보관하게 된다. 이후 2차·3차 협력사에게 지급해야 하는 대금은 만기일에 은행에서 지급하는 구조이다.

만약, 협력기업이 만기일 이전에 현금화를 희망한다면, 구매기업의 신용으로 외상매출채권을 통한 현금화가 가능하다.

상생결제는 대금지급을 은행이 보증하는 결제시스템이며, 은행이 대기업(원청업체, 구매기업)의 신용도를 활용해 대금지급을 보증하고,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할인 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게 적용되는 저금리를 2차, 3차 협력기업도 누릴 수 있게 설계되었다. 협력기업은 결제일에 현금지급을 보장받고, 만기일 이전에도 구매기업의 신용으로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하청업체의 결제일까지 결제대금을 은행에 보관함으로서, 원청업체의 부도에 따른 압류나 가압류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연쇄부도의 위험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상생결제를 도입한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정책자금 지원시 대출한도를 60억에서 100억으로 확대해 적용하고, 소득세·법인세도 0.2% 감면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으로 약 620조가 상생결제로 지급이 되었는데, 2018년부터는 한해에 100조 이상이 결제되고 있어, 어음대체 결제수단으로 시작된 상생결제시스템이 가장 보편적인 기업 간 대금지급수단으로 향후 정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생결제시스템과 별도로, 중기부는 올해부터 ‘중소기업 매출채권 팩토링’제도를 신규로 시행한다. 판매기업이 구매기업에게서 받은 매출채권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양도하면, 중진공에서 판매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상환청구는 구매기업에 실시해 판매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이다. 매출채권 인수시 6% 내외의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판매기업이 아닌 구매기업의 신용위험등급을 평가하기 때문에 실제 할인율은 3~4% 정도로 예상된다.

정부의 지원정책은 개별기업에 대한 지원에서 상생협력을 통해 구성된 컨소시엄에 대한 지원으로 변화하고 있고, 일반적인 컨소시엄보다 전략적 컨소시엄에 대해서는 지원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기업 간 상생협력은 납품대금 지급 외에도 기술, 인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되고 있다. 납품대금을 포함해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만이 경쟁의 시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안남우 울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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