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성제의 독서공방]이 시대 스토리 탐방
상태바
[설성제의 독서공방]이 시대 스토리 탐방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04.18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쓰지 않을 수 없는 작가들의 운명과 소명, 그리고 이에 충실한 그들의 즐거움과 기쁨이 감히 부럽다.

소설이 인간 본질과 그 시대적 상황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올해 이상문학상 작품들을 읽었다. 요지경 같은 인간세상의 저 밑바닥을 보는 것 같아 메말랐던 가슴이 축축해져온다.

대상작 <불장난>에 이어 우수작으로 <복도>, <아주 환한 날들>, <벽과 선을 넘는 플로우>, <믿음의 도약>, <잠수종과 독>, <고별>이 받았다. 오늘날의 이슈들 밑에는 언제나 인간의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웅크리고 있는데, 남의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의 이야기여서, 바로 나의 이야기여서 연신 눈물이 난다.

▲ 설성제 수필가
▲ 설성제 수필가

대상작 손보미 작가의 <불장난>은 성장소설이다. 화자의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인한 지난한 시간이 불장난으로 태워지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금방 들켜버린 불장난이었지만 힘들었던 시간을 태울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 장난을 할 용의가 있을 것이다.

작품의 극 묘미는 불장난으로 생의 고통을 깃털처럼 날려버린 데 있다. 새로운 시작 또한 크고 무겁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날아간 재처럼 그렇게 가볍게 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품의 마침표에 닿으니 허공에 비친 햇살처럼 머리가 맑아져온다.

나도 한번 싱크대 안에서 혹은 화장실에서 혹은 옥상에서 마음에 쟁여진 어쩔 수 없는 상처와 아픔에 불을 놓아주고 싶다. 일상에서 일상이 길을 잃거나 담벼락 하나가 눈앞을 가려놓을 때 불장난을 한번 치고 싶다. 인생의 어느 구석진 자리까지 움츠려 든 고통을 모조리 불러내어 불장난 한 방으로 한낱 불거품(재)되는 것을 목격하고 싶다.

설성제 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곳곳 버려진 차량에 예산·행정 낭비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
  • 확 풀린 GB규제…울산 수혜 기대감
  • 궂은 날씨에도 울산 곳곳 꽃놀이 인파
  • [기고]울산의 랜드마크!
  • 이재명 대표에서 달려든 남성, 사복경찰에게 제압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