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안도와 긴장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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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안도와 긴장 사이에서
  • 경상일보
  • 승인 2022.04.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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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어쨌든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군대에서 자주 듣던 이 말이 생각나는 요즘이다. 정말 힘들었던 코로나 환자 폭증의 시기가 지나가고 상황이 잠잠해지고 있다. 여전히 음압격리병동에는 환자들이 있지만, 수용 못 할 정도로 많지는 않다. 18일부터는 거리두기도 완전히 해제됐다. 지인 중에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대략 한달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2급 감염병으로 조정할 예정이라 한다. 2급 감염병일 경우 즉시 신고의 의무가 완화되며 치료비는 국가 전액 지원이 안 된다. 이에 대한 왈가왈부도 많다. 감염병 등급체계는 각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선 아직 등급조절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다시금 재감염되는 확진자가 늘어나서 경계를 상향하려 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가을 즈음 다시 한번 유행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훗날, 우리나라가 작금의 시기에 행한 방역정책에 대한 평가는 분명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최선의 방법을 택했는가? 정말 효율적으로 대처했던 것이 맞는가?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생각이 각자 있듯이 필자 역시 나름의 판단이 있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필자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필자는 최근 확진자 폭증의 시기를 겪으며 일선 의료기관에서 느낀 힘든 점들을 토대로,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특히 울산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두가지 정도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의료인력이다. 울산시에선 확진자가 폭증하기 몇 달전부터 시내의 종합병원들과 협의하여 격리병동을 준비했다. 매우 적절한 대처였지만, 울산의 종합병원들은 울산대학교병원을 제외하면 다 2차 병원들이고 의료인력이 마냥 넉넉한 편은 아니다. 실제로 인력문제로 격리병동에 참여하지 못한 종합병원도 있다. 사실 이건 울산만이 아닌 전국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의 경우, 코로나 격리병동을 만들고 경험해보니 일반환자들보다 손이 2배 가까이 들어간다는 걸 알게 됐다. 추가인력까지 뽑아 최선을 다한 결과 지금껏 잘 운영이 되고 있지만 한때 의료진들의 스트레스는 정말 대단했다. 만약 같은 상황이 온다면 그동안 해냈던 노하우를 잘 살려서 대처 가능할 수도 있을것이다. 인력적인 부분은 지원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기에 유관기관에서도 미리 문제점들을 생각해주시면 좋을 듯 하다.

둘째, 의료적 컨트롤타워다. 오해가 있을까봐 말씀드리는데, 일선 보건소 및 시청, 유관기관에서는 정말 200% 이상으로 열심히 해주셨기에 불만이 있거나 하진 않다. 그러나 의료인 집단, 혹은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줬으면 하는 상황들이 간혹 있었다. 얼마 전 특정건물 등에서 대규모 코호트 격리 등 상황발생 시, 그 중 입원이 필요한 환자등을 판별해 조치해 줄 수 있는 파견인력에 대한 모집요강을 봤다. 각 병원들의 경우 빽빽하게 돌아가는 진료현황에 코로나 격리병동까지 운영하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우리병원은 대면진료센터도 운영하고 있었기에 도저히 참여를 하기 힘들었고 울산의 다른 병원들 역시 결국 참여를 못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행히 환자 자체가 줄어드는 시기였기에 가정과 같은 상황은 안 생겼지만 컨트롤타워, 예를 들어 울산의료원이나 그를 대신할 임시기관 같은 곳이 있었으면 역할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시립병원이나 공공병원이 규모가 크고 다루는 분야가 많아야하기 보다는 이런 꼭 필요한, 일반 사립병원들에서 할 수 없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충분히 만족스러울 듯 하다.

첫 문장을 군대에서 들은 말로 시작했었다. 가을 대유행이 올지 안 올지 아직 모르는데 너무 앞서서 생각하는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런 재난상황을 대비한 의료는 그 성질이 국방 혹은 안보의식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본다. 조금은 과하다 할 정도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것. 그럼 결국엔 시민들에게 그 득이 돌아갈 것이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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