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국민안전을 위한 건축사의 공적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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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국민안전을 위한 건축사의 공적 역할
  • 경상일보
  • 승인 2022.04.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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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효 울산건축사회장

지난 몇 년 간을 되돌아 보면 우리 나라는 지진과 화재, 건축물 붕괴까지 국민의 안전이 수시로 위협받는 크고 작은 재해들을 끊임없이 겪어왔다. 이런 대형 재해의 놀라운 공통점은 모든 부분에서 건축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2016년 경주 지진과 2017년 포항의 지진은 건축구조 안전이 결여된 건축물의 붕괴라는 결과를 낳았고,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2018년 수원 골든플라자, 2019년 대구 사우나 화재 또한 가연성 건축 자재 사용과 건축관련 소방법을 위반해 발생된 안타까운 사건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잇달아 발생한 광주 해체 건축물 붕괴와 광주 아파트 붕괴 사건까지 모든 재해가 건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이런 인과관계로 인해 건축사인 필자는 2022년 2월17일 본지를 통해 ‘반복되는 건축물 붕괴, 막을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시론도 게재할 만큼 건축 전문가로서의 마음 한 켠의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1월 발생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의 재발방지 대책에서 “발주자와 시공자는 ‘안전·품질 관리=비용’으로 인식하고 이를 후순위로 두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발주자는 전체 사업비용을 낮춰 준공할수록, 시공사는 시공비용을 최소화할수록 높은 이윤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안전·품질 관리 방안을 수립하는 설계단계부터 발주·시공자의 비용 절감 압박이 거셀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설계와 감리가 법적으로 분리되면서 공정별 책임이 명확히 구분된 된 이점도 있지만 이와 동시에 병행되어야 할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상 설계자 의도구현 업무와 대가 산정이 형식에 그치고 있어 사실상 설계자의 시공현장 참여가 힘들어졌다는 것도 늘어난 건축 재해에 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건축사협회 석정훈 회장은 “분리발주가 가속화되면서 건축사들이 총괄 감독기능은 없는 상황에서 책임만 커켰다”며, “사고가 날 때 마다 처벌만 강화하는 ‘누더기 법’을 양산하는 대신 각 분야별 역할에 따른 적정 대가를 지급하고 책임을 명확히 묻는 방식의 법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또한 필자는 건축사로서 이런 건축적 안전성이 결여된 결과의 근본적인 원인에는 불법 면허 및 자격대여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며, 그것을 방조한 일부 건설업체들도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사는 국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합법적인 설계를 하는 것이고 시공자는 건축사의 설계와 디자인을 현실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설계와 시공을 정확히 구별하지 않고 건축사를 건설업체의 하도급자로 귀속하는 변칙적인 자격대여 형태가 아직 만연하기 때문에 설계의 내용이 시공에 올바르게 적용되는지를 감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안전하고 올바른 건축 또한 담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해온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물의 안정성 확보와 건축사의 윤리강화를 위해 모든 건축사가 건축사협회에 의무적으로 가입케하는 법안을 추진해 지난 2월3일 공포됐으며 오는 8월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2019년 첫 발의되어 2대 국회를 지나 통과된 것으로 그간 의사와, 변호사, 법무사, 회계사, 세무사, 노무사 등의 전문자격자들이 해당 협회에 의무가입토록 되어 있었던 것을 감안하다면 건축사의 경우는 상당히 늦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건축의 안전성에 대한 국가와 사회적 요구가 증폭됨에 따라 결국 이를 주도해나갈 건축 단체가 필요하게 됐고, 국회에서는 이를 인정해 건축의 공공성과 건축사의 자체 윤리 강화를 위한 의무가입 법안을 시행하게 된 것이다.

국민들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전문 자격을 건축사에 비해 월등히 높이 평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필자는 국민의 행복한 미래의 담보가 인간의 의식주(衣食住)를 주관하는 건축으로부터 시작됨을 알기에 어떤 전문 자격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건축사의 공적 역할의 사명을 느끼고 있다. 또한 건축사의 공적 역할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건축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함과 동시에 모든 건축사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원효 울산건축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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