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함께 한다는 것, 오래 한다는 것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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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함께 한다는 것, 오래 한다는 것의 힘
  • 경상일보
  • 승인 2022.04.2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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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선희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TV채널을 돌릴 때마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신나는 트로트 선율, 마음 속 깊은 곳을 울리는 7080세대의 주옥같은 음악, 귀를 호강하게 하는 클래식 선율을 타고 들리는 성악가의 노래, 마음 깊은 곳을 헤집어 놓는 듯한 우리의 가락까지 다양한 음악들이 다양한 채널에서 시시때때로 우리를 즐겁게 때로는 눈물짓게 하는 감동을 선사하는 지금은 바야흐로 음악예능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슴 속의 한도 구성진 가락으로 소화해내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몇 년 전,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을 막론하고 각 방송사들은 잇따라 음악 배틀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우리의 채널을 고정시키곤 했다. 프로그램마다 새롭게 떠오르는 실력자들이 시청자들의 사랑과 응원을 한 몸에 받으며 경연에서 우승하는 참가자들은 ‘스타’의 반열에 오르며 대중매체의 영향력과 위력을 실감하곤 했다. ‘경쟁과 대결’ 구도의 음악예능프로그램의 특성상 누군가는 탈락을 하고 누군가는 다음 단계로 진출을 하게 된다. 서로를 응원하며 상대방의 무대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지만 누군가는 아쉬움과 쓰라린 눈물을 누군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곳이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는 자신이 응원하는 참가자가 반드시 승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며 TV 앞을 지키게 된다. 프로그램을 보며 즐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탈락자를 봐야하는 시청자들의 마음도 편치 많은 않다.

이러한 불편함을 씻어주는 반가운 음악예능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평균 나이 57세의 시니어들로 노래에 대한 열정을 가득 품고 합창단에 도전하는 이야기이다. 탈락도 경쟁도 없는 힐링 음악 예능의 강력한 마법을 발휘한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으로 진심을 담아 부른 노래, 이야기가 가득한 무대는 지금 이 순간 힘이 들고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선물했다.

이 프로그램의 사전 영상은 40만뷰를 기록했으며 이 영상의 주인공은 80을 넘긴 유명 여배우님이었다. ‘이제 성인이 된 두 딸도 울고 나도 울고 남편도 울고…’, ‘이 노래를 행복하게 불러주셔서 감사해요 눈물이 나는 이유는?? ㅠㅠ’ ‘몰라 그냥 눈물나와요’ ‘음악에는 오선지 위에 표현할 수 없는 것도 있네요’라는 감동적이 댓글들로 가득하다. 프로그램의 출연자인 음악감독은 “세월과 연륜은 연습으로 되는 게 아니라서, 저희는 한 번씩 회오리치듯 감동을 받았다”며 “노래가 아닌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감동을 시청자들이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경쟁이 아닌 협동의 하모니를 이루는 ‘합창단’이라는 설정일 것이다. 부족하면 뒤처지는 경쟁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하나의 소리를 완성해 나가는 ‘합창’은 큰 감동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두 번째는 여기에 출연자들의 세월과 연륜을 바탕으로 노래 속에 써내려가는 스토리의 강력한 힘이다. ‘눈물이 나오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라는 시청자들의 댓글은 이를 뒷받침 한다.

‘합창’을 모티브로한 음악예능 프로그램을 보니 협동조합의 정체성인 협동과 상생을 떠올리게 된다. 농촌의 어려운 농민들과 같이 손을 같이 잡고 협동하며 상생하는 협동조합은 경쟁의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농촌의 어려운 현실에 있는 농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며 그 정신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이 세월과 연륜을 바탕으로 노래의 운율 속에 이야기를 써내려가 큰 감동을 주듯 농업협동조합도 어느덧 60여년을 넘어 지금까지 농민과 농촌에 희망의 노래와 이야기를 써오고 있다. 60년을 넘어 ‘함께하는 100년 농협’은 현실로 반드시 이루어 질 것임을 확신해 본다.

지선희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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