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重 파업 장기화에 협력사들만 죽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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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대重 파업 장기화에 협력사들만 죽어난다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2.05.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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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156개 사내협력사 대표들이 지난 4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호소문을 냈다. 이들은 “(사내)주요 도로 점거로 물류가 전면 차단돼 다시 일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며 조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당초 4일까지 예정돼 있던 파업을 오는 13일까지 연장하며 이들의 호소를 외면했다. 사내협력사의 손실은 매일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고부가·친환경 선박 수주로 지난해부터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하는 한국 조선업의 중심에는 울산의 대표 기업이자, 세계 1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월까지 20억8800만달러(13척)의 선박 수주실적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원청업체의 부활은 동반자인 사내협력사의 희망이기도 하다.

자그마치 10여 년이다. 대형 조선사들마저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던 불황의 터널에서 사내협력사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었다. 일감이 줄었고, 많은 기술인력이 현장을 떠났다. 그럼에도 직원들과 가족들의 생계만을 생각하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버텼다. 이제 경영정상화를 넘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안도를 하고 있는 참에 노동조합의 물류 차단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21년도 임금협상’ 마무리를 촉구하며 지난 4월27일부터 오는 13일까지 파업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파업 과정에서 사내 도로에 농성 천막 20여개를 설치하면서 물류를 막아섰다. 또 도크에서 작업 중이던 크레인을 1시간30분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노조로서는 매년 반복되는 교섭 지연으로 조합원들의 원성이 높은 데다, 지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부결에 따른 부담감이 커 분위기 반전의 묘수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는 법이다.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서는 여론의 동의를 얻어내기 어렵다.

지난해 산업부는 울산 조선해양 특화단지를 ‘뿌리산업 특화단지’로 선정했다. 뿌리산업 특화단지는 10개 이상 뿌리기업이 모인 지역을 지정·육성하는 제도로,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들이 포함된다. 또 울산시도 조선업 재도약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기술인력 양성, 취업·정착 지원, 협력사 경영안정 등에 힘쓰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부활이 국가 및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내협력사 대표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불법점거를 풀고 교섭 마무리에 힘 쏟아야 할 것이다. 이대로 시간을 흘려보내다가는 모처럼 찾아온 조선업 훈풍의 기회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흘려보낼 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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