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석유화학단지는 화학관·가스관·송유관·상하수관·전기통신관·스팀관 등을 관로를 제각각 지하에 구축해놓고 있다. 석유화학단지가 조성된 지 60여년이 지나면서 노후해진 관로가 명확한 지도도 없이 얽히고설켜 있다. 증설도 어려운 포화상태일 뿐 아니라 크고 작은 누출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고위험도 높다. 울산 다음으로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한 여수석유화학단지는 처음부터 통합파이프랙을 구축했다. 지하가 아닌, 지상에 노출돼 있는 관로는 관리가 용이할 뿐 아니라 증설이나 교체 시 사고 위험도도 낮다.
석유화학단지에서 각종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끊이지 않자 2010년 울산시가 수립한 울산석유화학산업발전로드맵에서 통합파이프랙 설치를 처음 제시했다. 정부도 의견을 같이해 2016년 산업부가 석유화학산업 경쟁력강화 방안에도 포함했다. 2019년 관련기관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가산단지하배관선진화사업단도 구성했다. 그런데 그 때나 지금이나 비용이 문제다. 지난해 제시된 예상 사업비는 672억원이다.
정부와 기업의 분담률을 두고 밀고 당기기를 10여년, 지난해말에야 정부가 25%, 기업이 75%를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입주 기업 23개 중 15개 기업이 참여해 확정서도 작성했다. 그런데 막상 사업이 시작되자 각 기업들이 분담금액을 두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최근에 배관을 매설했거나 이미 지하배관망을 충분히 확보해서 향후 통합파이프랙을 사용할 가능성이 낮다고 해서 분담금을 안 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하배관 확장이 곧 지상파이프랙 구축의 원인제공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울산시민들이 위험에 상시노출돼 있는 것이 국가산단 조성 때 지상파이프랙을 구축하지 않은 탓이므로 책임을 더 두텁게 져야 한다. 서로에게 책임을 미룰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대로 사업이 중단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죄 없는 울산시민들에게 돌아온다. 어렵게 시작한 통합파이프랙 구축사업이 결코 중단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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