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사는 배우는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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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교사는 배우는 직업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5.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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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일 울산신정고 수석교사

교사는 가르치는 직업인 동시에 평생 배워야 하는 직업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가르치는 지식 내용은 기본 개념이나 원리 수준이기에 거의 변화가 없다. 하지만 학생들이 배운 내용을 삶에 연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업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처럼 세상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교사는 늘 배우며 자기 연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몇 년 전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현재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의 80~90%는 그들이 40대가 되었을 때 전혀 쓸모없을 확률이 높다. 어쩌면 지금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연장자에게 배운 교육 내용으로 여생을 준비하는 게 불가능한 역사상 첫 세대가 될지 모른다”고 했다.

이제 지식의 축적이 공부인 시대는 지나갔다. 지식의 축적은 포털사이트나 인공지능을 인간이 따라갈 수 없다. 따라서 머리에 단순 지식을 축적하는 암기 위주의 공부, 지식을 단순 전달하는 강의 위주의 수업은 변화하는 시대에 더 이상 맞지 않다. 이것이 지식과 정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삶에 적용하는 프로젝트 수업 같은 학생참여중심수업이 필요한 이유다.

유대인 격언에 ‘물고기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라’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물고기는 지식이고 물고기 잡는 방법은 지식을 얻는 법 즉, 공부법이다. 유대인은 ‘하브루타’라고 하는 그들만의 공부법으로 200명의 노벨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리고 구글, 페이스북 등을 창업하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하브루타는 질문으로 토론하는 공부법이다. 텍스트는 우리에게는 암기의 대상이지만 유대인에게는 질문의 대상이다. 암기는 텍스트 수준을 넘지 못하지만, 질문은 텍스트를 넘는 창의적, 비판적 사고를 낳는다.

사회학자 엄기호는 <공부 공부>에서 한 가지 기술로 평생을 살 수 없는 시대에 ‘배움의 기술’을 강조한다. 그래서 ‘공부한 사람’에서 ‘공부하는 사람’으로, 더 나아가 ‘공부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컴퓨터 검색만으로도 쉽게 알 수 있는 지식보다는 학생들에게 ‘학습하는 방법을 알게 하는 것’(learn how to learn)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는 수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면 누구에게, 어떻게 배울 것인가? 물론 수업 방법을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이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스승은 동료 교사이다. 동료 교사와 수업 친구가 되어 함께 수업을 설계하고, 공유할 때 수업 역량이 커진다. 교사는 자발적인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통해 가장 잘 배울 수 있다. 이런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교사가 바로 수석교사라고 생각한다.

울산의 수석교사들은 ‘1수석교사 1수업 브랜드 1전문적 학습공동체 갖기’를 통해 교실 수업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수석교사는 프로젝트 수업, 융합 수업, 협동학습, 토의토론 수업 등 기존 수업모형의 적용뿐 아니라 ‘오단계로 디자인하는 국어 수업’ ‘수학체험활동을 활용한 학생배움중심수업’등 자신만의 수업모형을 만들어서 브랜드화하고 수업에 적용하고 있다.

나의 수업 브랜드는 ‘하브루타’이다. 하브루타 수업은 학생들이 짝을 이루어 교과서나 주어진 지문을 읽고 질문을 만들어 대화하고 토론한다. 여기서 질문은 생각을 자극하고, 토론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질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이뤄지며 짝과 토론하면서 비판적, 창의적 사고가 생긴다. 하브루타 수업은 배운 내용이나 글에 대한 질문을 만들면서 저절로 학습이 되며, 짝과 대화하면서 의사소통 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 역량이 길러진다.

수석교사가 된 이후 열심히 하브루타 수업을 배우고 익혀 수업에 적용한 사례를 담아 네 권의 책을 썼다. 나의 배움이 또다른 선생님들에게 배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책쓰기와 수업 강연은 내가 수업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배운 경험을 나누는 과정일 뿐만 아니라 더 많이 배우는 길이기도 하다. 수업하는 일, 책을 쓰는 일, 교사들과 만나는 일들이 모두 내게는 배우는 시간들이다. 나는 늘 배움으로 일상을 채울 수 있는 교사라서 행복하다.

이성일 울산신정고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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