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수사권에 대한 단상
상태바
[경상시론]수사권에 대한 단상
  • 경상일보
  • 승인 2022.05.11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

개정 검찰청법이 9일 관보게재로 정식 공포되었다. 개정법은 기존 검사의 직무인 6대 범죄(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법죄, 대형참사 범죄 등)에서 2가지 범죄(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들 특히 공직자 범죄와 선거범죄에 대한 검사의 수사 권한을 삭제하였다.

개정 명분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던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와 통제라고 하지만, 법 개정의 실질을 보면 공직자 범죄와 선거범죄 등 수사 대상이 권력자들인 경우의 검사 직접 수사권한을 배제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일반 국민들이 생활 속에 부딪히는 범죄와 권력자들의 범죄는 그 성향과 해법이 다를 수 밖에 없고, 국민을 위한다며 권력자들의 범죄에 대한 검사의 수사권한을 줄이는 것은 자체 모순적이다.

권력자들은 권력을 가지고 범죄를 저지르기에 범죄가 잘 드러나지 않고 규모가 크며 수사기관에 자신의 권력을 투사하여 은폐하기 쉽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권력자들에 대한 감시의 주체를 다양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권력자들의 범죄에 대해 감시하는 기관이 여러 곳이라면, 예컨대 공수처의 수사담당자가 자신을 공수처로 발령나게 도와 준 권력자를 비호하려 하더라도 경찰, 검찰, 경우에 따라 다른 기관까지도 이를 문제삼아 수사할 수 있다면 아무리 권력자라도 은폐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권력자들에 대한 감시의 주체가 줄어들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권력 범죄가 아닌 일반 범죄에 대한 수사권에 대해서도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 경찰의 수사권한이 강화되고, 일반 국민들이 실제 부딪히는 형사사건 수사의 대부분은 경찰에서 이루어지기에 경찰의 수사권이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되도록 제도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필요 충분한 수준의 권한 부여, 공정성과 독립성 등 두 가지가 확보되어야 한다.

경찰 지휘부가 아니라 실제 수사를 담당하는 개별 수사관과 책임자에게 충분한 권한이 부여되어야 효율적 수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개별 수사관과 책임자에 대한 권한 부여는 수사의 독립성 및 공정성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경찰 수사관은 경찰 조직에 속해 있고, 경찰 조직은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되어 있기에 경찰 수사관들은 승진과 인사를 두고 치열하게 동료들과 경쟁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소위 ‘위에 잘 보여야 승진한다.’는 분위기가 될 수 밖에 없고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관이 독립성을 가지고 공정하게 수사하기 어렵다. 도리어 지휘관의 지시나 부탁을 받고 사건을 왜곡할 가능성이 생기고, 사건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기획 사건이나 지휘관의 입맛에 맛는 수사를 하려 노력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사실 오랜 기간 이러했음에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고, 그 결과 경찰 일선에서는 힘들고 위험하며 승진이 어려운 수사부서를 기피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생기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수사경찰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 경찰 내부에서 수사경찰에 대한 선망과 존중의 분위기가 되어 지원자가 늘어나도록 어떤 형태로든 인센티브가 부여되어야 한다. 지원자가 늘어나면 이를 바탕으로 보다 엄격한 수사경찰 선발과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두 번째로 인사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윗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공정하게 수사하더라도 인사에 불이익이 없어야 한다. 세 번째로 권한과 처우가 개선되는 만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독립 감시주체가 있어야 한다.

이왕 수사권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니, 이 기회에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제도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후속 보완책을 서둘러 마련하도록 정치권력에 요구해야 한다. 정치권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수사권력이기에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김상욱 법무법인 더정성 대표변호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발언대]위대한 울산, 신성장동력의 열쇠를 쥔 북구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복효근 ‘목련 후기(後記)’
  • 울산 남구 거리음악회 오는 29일부터 시작
  • 울산시-공단 도로개설 공방에 등 터지는 기업
  • 울산 북구 약수지구에 미니 신도시 들어선다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4)충숙공 이예 선생 홍보관 - 접근성 떨어지고 자료도 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