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성제의 독서공방]‘열심’이 아닌 ‘진지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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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성제의 독서공방]‘열심’이 아닌 ‘진지함’으로
  • 경상일보
  • 승인 2022.05.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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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성제 수필가

고흐! 누구나 그의 작품을 단 몇 개라도 꿸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그림에 대한 열정과 광란적 행동을 모르는 이도 없으리라. 생전에 그림을 단 한 점 판 것으로도, 가난해서 모델 살 돈이 없어 자화상을 많이 그린 것으로도 유명한 고흐. 그의 예술적 삶을 지탱해준 사람이 동생 테오였다는 것도 안다. 이렇게 너무나 유명한 화가로 알려졌지만 그가 테오한테 보낸 편지, 그의 진실, 그의 영혼의 글귀를 만날 때 갈비뼈를 녹일 듯한 감동이 일어났다.

고흐의 일생을 여덟 챕터로 나눠 쓴 책 <반 고흐, 영혼의 편지>(예담, 신성림 옮김). 고흐의 너무나 진솔하고 절절한 글을 읽으며 ‘어떻게 살란 말인가, 어떻게?’라고 통회가 흘러나왔다. 나의 차갑고 메마른 가슴, 사람과 자연에 대한 무관심, 글에 대한 진지함 없는 스스로를 보며 고흐에게 매달리게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고흐의 현실에 동화되어 고흐처럼 고독하고 아프고 싶었다. 그게 진정 살아있는 예술가로서의 삶 같고, 진실한 한 사람으로서의 아름답고 멋진 삶이라 생각되었다.

영혼은 영혼과 만난다. 서로의 영혼을 드러내 보여줄 만큼의 형제나 친구가 있다면 그 인생이 결코 가난하다고 할 수 없겠다. 그 어떤 고통을 가졌다 하더라도 행복이 아예 사라져버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평생 고흐의 후원자, 지원자였던 테오가 있었기에 고흐가 고흐 될 수 있었던 것처럼. 형 고흐가 있었기에 예술가 못지않은 화상(畵商) 테오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것처럼.

고흐의 관심은 그림뿐이었으며 고흐를 따라다니는 걱정은 가난뿐이었다.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가난을 안으며 마지막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고흐는 ‘열심’보다는 ‘진지함’으로 사는 예술가이길 바랐다.

“그래, 내 그림들, 그것을 위해 난 내 생명을 걸었다. 그로 인해 내 이성은 반쯤 망가져버렸지.” 인생은 짧았지만 육과 정신이 아닌 그의 영혼적인 삶, 영혼의 그림, 영혼의 글이 시대를 거듭할수록 우리를 다시 진실한 영혼으로 벅차오르게 한다.

설성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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