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공약 읽기-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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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공약 읽기-무엇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 경상일보
  • 승인 2022.05.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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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정치의 시기다. 얼마전 대통령 선거가 끝이나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고, 이제는 지방정부의 수장과 의원들을 구성하기 위한 선거전이 한창이다. 이러한 시점에 선거란 무엇인가, 선거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나아가 그 선택의 기준이 될 난무하는 공약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다.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의 선택에 의해서만 우리들을 다스릴 사람들이 결정되는 것이다. 우리들의 대표자 또는 우리에게 강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을 결정하는 선택행위, 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이론적으로 우리의 미래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선거들을 보자. 선거는 적게는 4년 내지 5년, 많게는 그 이후까지의 우리나라 미래를 결정하는 절차다. 따라서 각 후보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들은 이를 비교 분석해 더 적합한 미래를 선택했어야 한다. 그런데 다양한 미래와 관련한 공약들이 제시되었지만 이것이 주로 논의되기보다는 후보들의 자질 등 과거가 쟁점이 되어 왔던 것은 아닌가?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 이것이 사실상 선거의 전부이고, 민주주의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올바른 선택이 가능할까? 우선 각 후보의 공약을 비교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현가능성이 있는 공약인가? 그 공약이 실현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좋아질 것인가? 이러한 분석 결과, 우리의 미래를 위해 더욱 바람직한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

공약 판단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약 판단을 위해 우선 생각해야 하는 것은 예산은 각 후보에게 동일하게 제시되어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 구성행위, 즉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라면 예산을 증액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들 선거라면 기본적으로 주어진 예산안에서의 공약이라야 한다. 따라서 어떤 후보가 새로운 사업을 하겠다고 공약을 하고 있다면 사실 그 후보는 기존의 어떤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어진 예산의 한도내에서 무엇을 하겠다면 당연히 어떤 무엇은 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약에서 무엇을 하겠다는 주장보다도 무엇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인가를 판단하는 눈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훨씬 밝을 것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사실 직접 행정을 담당해 보지 않고는 얼마만큼의 예산이나 자원이 있는지 바로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 공약상으로는 군장병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가 막상 담당해 파악해보니 당장은 어렵겠다라고 하고 있고, 또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지원도 마찬가지로 처음 주장보다는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공약을 만들기 전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예산의 실태를 파악하고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사실상 그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각 후보의 공약 판단에 있어서 개개 공약 자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그 공약이 주장하는 정책의 방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빈부격차는 좀 벌어지더라도 경제를 더욱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지 성장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사회적 약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지.

지난 선거들에서 대부분의 언론들이 각 후보의 개개 공약들을 비교하면서 공약의 차이가 별로 없다고 했다. 그것은 저출산, 육아, 교육, 청년일자리, 장년실업, 노년복지(그 중에서도 연금제도 개혁), 미래 주도 산업 등 각 분야 공약들을 단순비교하면서 형식적인 분석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후보들은 엄연히 다른 주장들을 했다. 각 후보가 바탕에 깔고 있는 현 한국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와 그에 대한 대책의 기본적인 차이가 간과된 것이다. 여하튼 개개공약을 볼 것이 아니라 그 공약들의 기저를 관통하는 주장을 파악하고 선택하는 것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일 것이다.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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