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창업의 원조, 이봐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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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창업의 원조, 이봐 해봤어?
  • 경상일보
  • 승인 2022.05.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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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국 전 청와대 대변인

지방도시가 창업 생태계를 국제적 수준으로 조성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글로벌 도시 순위(스타트업 지놈 보고서)를 보면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뉴욕, 런던, 베이징 등으로 이어져 서울이 16위권이다. 국내 도시 가운데서는 유일하고 다른 도시는 200위권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보와 자금이 몰리는 대도시가 창업에 유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지방도시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인구 10여만 명인 미국 콜로라도주의 볼더나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헤르츨리아 등 지방의 유명 창업도시들이 많다.

고속인터넷, 모바일 기기 등 디지털만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능한 환경을 이용해 지역의 기업과 대학, 연구 인력들이 합심 협조하고 있다. 그 기반은 첨단기술의 기업가 정신과 벤처캐피탈 세계화다. 여기에 딱 맞는 도시가 울산이고 인물이 정주영이다. 창업의 원조다. 정 회장은 거북선이 새겨진 500원짜리 지폐로 8000만달러의 차관을 받아내고 조선소도 없이 선박을 수주하여 모래사장위에 조선소와 유조선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 울산을 창업도시로 만들어야 하는 명분이 충분하고도 남으며 젊은 창업가들이 지향하는 정신과 목적에도 부합한다. 그런 점에서 아산나눔재단이 만든 청년창업지원센터가 울산에 위치하지 않고 서울 강남에 있다는 것이 아쉽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정주영정신에 따른다면 스타트업 기반이 취약한 울산에 청년창업지원센터를 두고 지역 창업생태계를 선도해주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현재 마루180, 360으로 불리는 센터에는 각종 현대적 시설이 갖추어져 있을뿐 아니라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 벤처캐피털도 입주해 있다. 센터가 울산에 있었다면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와 연계된 신사업을 구상하며 찾아오고 세계의 모험자본들이 시선을 집중하여 지역경제에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이봐 해봤어 울산창업지원센터’. 이름 그 자체로 청년들의 꿈을 키워주는 좋은 본보기가 되었을 텐데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울산은 그런 창업정신이 꿈틀거리는 도시이다. 기업이 많고 대학이 있어 창업여건은 그 어느 도시보다도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기업수는 꼴찌 수준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한해 울산에서 창업한 기업은 2만1939개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 제주 다음으로 적다. 끝에서 3번째, 전국 창업기업수의 1.5%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대기업 의존도가 높아서 창업의 조건을 갖추는데 인색하고 절실함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창업을 위해 따져보는 기준은 지방정부의 지원, 창업특구지정 여부, 창업인재 유입 동향, 과학기술 혁신수준 등이라고 한다. 창업비용 해결과 함께 연구하고 소통하는 열린 공간의 부족 그리고 최첨단 과학기술과는 거리가 먼 중화학공업 도시라는 울산의 이미지가 청년들을 끌어들이는 장애요인인 것이다.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의 시각에서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가 울산 7대 공약의 하나로 ‘청년U턴 젊은 도시 조성’을 내세웠다. 그 실행 방안으로 ‘울산 스타트업 혁신파크’ 등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글로벌 기술인재 양성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울산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사업이다. 여기에 수도권 국립종합대학의 유치까지 이어진다면 금상첨화다. 청년창업이 곧 울산의 활력소이자 도시를 혁신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연국 전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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