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학과 도시가 함께 가꾸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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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대학과 도시가 함께 가꾸는 미래
  • 경상일보
  • 승인 2022.05.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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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건축과 교수

최근 몇 년간 울산의 인구 감소 문제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특히 울산의 20대 인구 감소는 현재의 경제 활력 둔화의 지속을 의미하며, 나아가 울산의 미래를 예견하는 잣대이기도 하기에 울산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숨이 나오곤 한다.

물론 젊은층 인구 감소 문제는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소 도시들이 직면하고 있는 깊은 고민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방대학의 어려움과도 연결되어 있다 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지방대학을 거점으로 청년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정책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 건축은 캠퍼스 기본설계부터 장래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기에 유휴공간을 확보한 경우가 많아서 이 공간이 대학 캠퍼스로 활용되지 않으면 방치되어 지역 사회와 대학 간의 공간적 단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지역대학의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은 지식기반산업체들과 인력 수급이 원활한 도심 지역을 선호하는 기업의 수요가 늘어나고,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하고자 하는 대학의 필요로 인해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선진국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1980년 케임브리지 ‘사이언스 파크’로 대표되는 대학기반 산학협력 단지에서 2013년에는 영국의 ‘대학기업 촉진 지구’ 조성 사업이 추진되어 지역의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의 입주 공간으로서 대학 캠퍼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학의 재정 수익을 창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며, 산학협력 재정지원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지역 사회에 대한 대학의 공헌 사례이다. 이러한 사례는 현재 지역대학의 창업보육 시설이 임대사업 공간으로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대학의 창업보육 공간이 산·학·연 협력 활성화를 위한 융합공간으로 진화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캠퍼스 혁신 파크’ 사업은 기업들이 입주하고 창업 및 보육공간이 마련될뿐만 아니라, 주거와 문화, 상업 공간을 만들어 대학 캠퍼스와 지역 사회의 공간적 단절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는 국가적 재정 지원과 지자체의 지원, 민간산업체의 적극적 참여, 대학의 공간적·교육적 협조 같은 여러 주체 간의 하모니를 통해, 기존 산업이나 교육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다. 또 4차 산업에 기반한 융합기술 분야의 중소기업을 육성할 수 있으며, ICT 관련 교육을 통한 중장년층의 재취업 기회를 찾을 수 있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교육을 통해 지역 주민들이 지속 가능한 학습의 장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청년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게 취업과 창업의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젊은이들이 편히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과 복지시설을 갖추어 이곳에 오면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고 머물러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어가는 방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현재 인구 감소로 인한 도시쇠퇴 문제는 머지않은 미래에 도시의 존폐와 직결되기에 건축·도시 전문가의 시각에서 젊은이들이 울산을 떠나는 지금과 같은 흐름에 대한 적극적 대처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도시에서 20대가 가장 많이 모이는 대학의 캠퍼스를 중심으로 지역의 취·창업 공간이 만들어지고, 이곳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활발한 경제활동이 가능하게 하는 접근방법에 많은 이들의 적극적 지지와 참여를 통해 우리 울산의 새로운 도시 활력소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수은 울산과학대학교 건축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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