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숙칼럼]우리는 ‘고귀한 내 삶의 안온(安穩)’에 투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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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칼럼]우리는 ‘고귀한 내 삶의 안온(安穩)’에 투표한다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2.05.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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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숙 논설실장

6·1전국동시지방선거가 8일 남았다. 거리에는 지지를 호소하는 확성기 소리가 난무한다. 울산에서만 뽑아야 하는 선출직이 79명이다. 유권자 1인당 시장·교육감·구청장(군수)·시의원·구의원·정당까지 7개의 도장을 찍어야 한다. 후보자는 154명으로 평균 경쟁률은 1.94대1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강 대결 구도가 형성되면서 역대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후보자의 면면을 죄다 알고 투표하기란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4~5개 정당에 무소속 후보까지 각축전을 벌이던 예년에 비하면 조금은 수월해졌다.

울산시민들의 투표에 대한 의지는 높게 나타났다. 본보가 창간 33주년을 맞아 지난 13~14일 양일간 만 18세 이상 울산시민 25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는 83.8%가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21대 국회의원선거(2020년)의 울산지역 투표율은 68.6%, 역대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19대 대통령선거(2017년)는 79.2%, 7회 지방선거(2018년)는 64.8%였다. 투표율이 80%를 넘어선 적은 없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이 지금 여론대로 80%를 넘어설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울산시민들의 현재 심정은 투표권 행사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적극 표출하겠다는 거다. 특히 50세 이상·60세 이상(91.1%·91.3%)과 자영업자들(87.9%)에게서 투표의향이 높았다. 이는 나이를 먹으면서, 코로나19의 고통을 심각하게 겪으면서, 정치가 내 삶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 가를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방선거는 지자체의 살림살이는 물론이고 내 삶의 질, 우리 아이의 교육 방향마저도 바꾸는 중요한 결정이다. 유권자들은 차기 단체장이 가장 중요시해야 할 일을 묻는 질문에 ‘경제와 일자리’(37.3%)를 1순위로 꼽았다. 시대를 막론하고 ‘경제와 일자리’가 1위를 차지하는 건 당연하다. 오히려 비중이 낮은 이유에 주목해서 유권자가 진정으로 바라는 시정 방향을 파악하려면 그 다음 선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시인프라 및 인재양성’(14.2%), ‘환경·복지’(12.9%), ‘집값 안정 등 부동산 정책’(12.8%)이 비슷한 비율로 2~4위를 차지했다. 39.9%가 정주여건을 향상시켜 살기 좋은 울산을 만들라고 요구한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들락거리는 사람들 말고, 외지인들이 찾아오게 하는 관광(5.1%) 말고,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가 편리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차기 시장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울산 선거는 유례없이 보수와 진보의 선명한 대결구도다. 강세를 보이던 노동계 정당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울산시장과 중·남·울주 3개 기초단체장 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자대결로 굳혀졌다. 동구청장 선거만 민주당 후보의 사퇴로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국민의힘-진보당 후보의 양자대결이 됐다. 북구는 민주당-국민의힘-정의당 3자 대결이다. 정당 공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도 진보와 보수의 확고한 이념을 가진 후보가 양자대결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수의 유권자는 이념으로서 진보와 보수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7회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을 모두 민주당으로 바꾸었던 울산시민들은 이번 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으로 상당히 기울고 있다. 이념 그 자체가 아니라 어느 후보가 삶의 만족도를 더 높여 줄 것인가라는 실용적 측면에서 이념의 향방(向方)을 주시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이유다.

어쨌든 우리는 정치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6·1지방선거는 최소한 향후 4년간 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치적 행위다. 박명림 연세대 대학원 교수는 ‘정치와 삶, 제도와 개인’이란 글에서 “만약 ‘정치는 더럽고 나는 깨끗하다’고 하더라도 ‘더러운 나라 정치’의 안정 없이는 ‘고귀한 내 삶’의 안온(安穩)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역설이 아니라 삶의 본질이다”라고 했다. 현명한 투표가 조용하고 편안한 삶을 만든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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