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우의 경제옹알이(17)]지방자치는 사실 지역균형발전을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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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우의 경제옹알이(17)]지방자치는 사실 지역균형발전을 가로막는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6.0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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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지역의 문제를 지역민이 직접 해결하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서울 집중은 더욱 심화되었다. 지방자치를 통해 지역의 역량을 키워 지역균형발전을 이루어내는 것은 논리적 측면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지만, 목표한 결과는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25년 정도의 기간 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지방자치의 이상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데는 백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지역의 역량이 잘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지방권력에 대한 감시제도는 사실 유명무실하다. 권력 감시를 위한 제도는 실상 거수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고, 지방정부는 권력 감시를 실질적으로 무효화시킨다. 지역의 예산배분은 공정 경쟁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인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막기 위해, 서명을 하는 것을 거부하고, 찾아오는 공무원들을 피하고, 스마트폰을 끄고 잠적까지 해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여러 심사에서 반대표를 던졌고, 거수기의 역할에 지친 위원들의 공감과 지지도 받았고, 약간의 변화도 있었지만, 안건은 그대로 통과됐다. 지방정부는 다음 심사에 다른 심사위원을 선택하면 그만이었다. 그것이 지방자치제도의 현실이다.

지역 언론의 감시 기능 또한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보도자료를 선별하기는 하지만 그대로 실어주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대로 기사화된 보도자료는 다시 행정 우수사례로 지방정부에서 인용된다. 슬프지만 현실이고, 뾰족하게 개선할 방법도 없어 보이고, 개선하려면 많은 노력이 오랫동안 필요하니, 그대로 유지된다. 감시되지 않는 권력은 지역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지역발전이 저해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방자치는 좋은 제도지만, 지역 주민은 지역불균형 발전이라는 결과를 미래 세대를 위해 감내해야 한다. 그것도 매우 오랫동안 말이다. 한 세대라고 볼수 있는 약 25년 동안 큰 진전이 없었으니, 다음 세대가 지나도 지방의 역량이 높아져서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지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지방소멸이 지역불균형발전의 해소보다 빨리 나타날 확률도 감수해야 한다. 사실 자치능력의 향상은 인재가 모여들고 예산도 많은 서울에서 더 빨리 이루어진다.

서울의 자치능력의 향상이 지방보다 빠르게 나타나면 지역균형발전은 더더욱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유럽연합의 경우를 보면 유럽연합을 통해 유럽전체를 단일 수출시장으로 확보한 독일의 생산성 향상이 더 빠르게 나타났다. 오히려 격차는 더 커졌다. 동유럽 국가들의 빠른 성장을 위해 특별예산을 지원해 주었지만 유럽의 균형발전은 나타나지 않았다. 동유럽 국가 중 일부는 빠른 성장을 위한 특별 예산을 축구장을 개선하는데 사용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한국의 지방정부를 탓할 수만도 없다. 인재가 모여드는 서울의 생산성 향상이 지방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은 사실 당연하다.

지방소멸 문제와 지방대학의 미달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유사한 문제를 한국보다 먼저 겪은 일본 대학의 교수에게 문의를 한 적이 있었다. 도쿄에 있는 대학에서 20년 정도 근무한 교수는 “유교수님, 미안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일본 지방대학의 미충원 문제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한국도 사실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서울에서는 서울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문제를 중앙정부가 더 신경쓰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지역균형발전에 직접적으로 효과적인 것은 강력한 중앙집권제도이다. 현재의 중앙정부는, 보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 중심 정부는, 지방에 별로 관심이 없다. 중앙집권제도 하에서는 지역불균형 문제가 중앙정부의 중점 과제가 된다. 정부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집권제도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구분이 적고, 따라서 신경써야 한다. 지방소멸의 문제는 지방자치제도가 없다면 중앙정부의 잘못이다. 하지만, 지방자치제도 하에서 지방소멸 문제는 지방정부가 직접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한 중앙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지방자치를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는 명분도 확실하다.

그런 상황에서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예산을 적당히 편성하고,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서울의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정답이 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운영된다. 서울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쁜데, 지방의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특별 예산도 주었으니, 할 만큼 했다고 스스로를 면책할 수도 있다. 특별 예산은 효과가 별로 없었지만, 계속 교부되었다.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자세히 살펴보면 지방의 잘못만은 아니다. 하지만, 특별예산을 손쉽게 사용한 지방의 잘못도 있으니, 계속 예산 편성을 해 주었다는 것으로 면책이 가능하다.

정치적인 명분도 있다. 지방의 국회의원 지역구의 유권자 수는 서울보다 적다. 따라서 지방은 적은 인구로 더 많은 국회의원을 확보하게 된다.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수도권의 광역단체장은 세 명이지만, 지방의 광역단체장은 훨씬 더 많다. 표면적으로 보면, 지방의 정치적 대표성은 인구에 비해 더 큰 것이다. 물론 실질적 정치적 대표성은 수도권이 더 크다. 하지만 표면적인 지방의 정치적 대표성의 과다함은 수도권 중심의 행정에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 지방의 정치적 대표성이 표면적으로 과다하니, 수도권에 보다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서울 중심의 사고에 기반한 명목적 정당화일 뿐이다.

지방자치는 힘들고 어려운 길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론적인 장점이 정착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 될지는 모른다. 그리고 높지 않은 확률을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는 지역불균형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도 방법이 하나 있다. 서울 중심주의를 지방에서 감시하는 것이다. 서울의 권력이 감시되지 않으면, 지방에 당연히 신경쓰지 않는다. 감시되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

유동우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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