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숙의 한국100탑(68)]승소곡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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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68)]승소곡 삼층석탑
  • 경상일보
  • 승인 2022.06.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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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혜숙 수필가

저기 보이는 남산이 내 안태고향입니다. 승소골이라고 들어본 적은 있나요? 경주 남산 동쪽 기슭에 있는 좀 특별한 계곡입니다. 승소곡(僧燒谷)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승려들의 다비를 한 곳입니다. 당연히 그들의 명복을 빌어줄 절집이 창건되고 그 중심에 삼층석탑도 세웠지요. 그리하여 열반에 든 스님들을 고요히 지켜보았답니다.

남산에 있던 탑들이 대부분 그렇듯 나도 무너지고 깨어진 채 발견되었지요.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소로 옮겨졌고 1974년, 국립경주박물관에 자리를 잡았답니다. 내 발치에도 남산의 삼릉계곡이 고향인 아담한 삼층석탑 한 기가 있습니다. 이처럼 부처의 나라인 남산을 떠나 우여곡절을 겪은 탑의 부재들이 박물관 뜰에 즐비하답니다.

소나무가 서 있는 동산은 고맙고 기꺼운 곳입니다.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이 맨 먼저 보게 되는 유물이 승소곡 삼층석탑이니까요. 언덕 아래에 매화 고목이 한 그루 있답니다. 묵은 등걸에서 꽃망울이 터질 때면 모두들 환희에 넘쳐 나를 한참 올려다봅니다. 멋지다, 예쁘다 이런 칭찬의 말은 위층 기단 면석의 커다란 안상 때문이지요. 중앙 부분이 불꽃처럼 치켜 올라간 안상은 다른 탑에서는 잘 볼 수 없답니다. 일층 몸돌에도 안상문 안에 갑옷을 입은 씩씩한 사천왕상을 도드라지게 새겼지요. 부처님 사리를 모신 탑을 지키고자 두 눈을 부릅뜨고 있습니다. 나는 언덕의 소나무와 힘을 합하여 하늘에 흐르는 구름을 잠깐씩 붙잡곤 합니다. 덕분에 박물관 홈페이지의 배경 사진으로 한동안 영광을 누렸답니다.

오늘은 박물관 야간 개장의 날, 캄캄한 밤에 조명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석탑의 모습을 보려고 찾아왔군요. 눈썹 같은 초승달이 박물관 지붕위에 걸렸네요. 별님의 나들이도 시작되나 봅니다. 산사의 범종소리 닮은 성덕대왕신종이 울리자 사진기를 든 사람들이 삼층석탑을 향해 옵니다. 참, 승소골은 가 보셨나요? 그곳에 빗돌 하나로 내 흔적을 남겨놓았답니다.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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