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몇가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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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한 몇가지 논란
  • 경상일보
  • 승인 2022.06.1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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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지난 달 울산 S-OIL 공장에서 10명이 사상하는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은 조선 석유화학 등 대형 사업장이 많아 폭발, 화재, 추락 등 안전사고 발생률이 국가산업단지 중 최고다. 처벌의 강화로 중대재해를 방지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1월27일 시행되었으나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관리가 여전히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고용노동부 2022년도 1분기 산업안전보건 감독 결과)

중대재해처벌법에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현장책임자인 공장장 등을 처벌하던 것을 사업장의 경영책임자(CEO)나 사업주로 책임 주체가 확장되고, 안전보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상자 발생시 사망의 경우 산업안전보건법의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상 징역(최장 45년)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가중하고(병과 가능), 치상은 별도 처벌 규정이 없었는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 규정이 신설되었다. 기업활동에서 발생한 인명 피해나 중대시민재해에 책임있는 사람을 엄정하게 처벌함으로써 서민과 기업종사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해야 하지만 형벌의 강화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먼저, 중대재해처벌법은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면이 있다. 산업재해의 경우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의 미흡 못지 않게 근로자 본인의 부주의가 사고 원인인 경우가 많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무조건 책임을 지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교도소를 짓다가 인명사고가 난 경우 법무부장관이, 지자체와 공기업의 관급공사 수급인의 사업장에 사고가 생긴 경우 지자체장과 공기업 대표가 책임 주체가 될 수 있을 터인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간단하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법 시행에 심한 경영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제조업체 설문조사 결과)

다음으로 위헌 문제 즉, 죄형법정주의상 명확성의 원칙, 형벌 비례성의 원칙과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것이다. 1명 이상 사망이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등과 관련 사망시점, 치료기간 등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특히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대상인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의 내용이 불명확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 기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치사죄 처벌에 비해 처벌 수위를 가중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죄형이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이 있다. 하도급의 경우 1차 책임자인 5인 미만 사업장의 수급자 등은 미적용되나 도급인 등 제2차적 책임 사업주에게 가중된 의무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 현재 사업주들은 유해 위험 요인에 대한 필요 조치의 구체화나 안전보건 관계 법령 범위 제한 등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내용을 명확히 하고 면책 규정 및 처벌 수준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실제 적용에 있어 가중 규정의 해석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기업주가 안전담당 이사나 속칭 바지사장을 내세워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안전보건 업무를 전담하는 최고책임자를 선임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면책 여부는 민감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사업장의 노동자, 공공시설 종사자 및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보건을 최우선으로 해야겠지만 산업 현장은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사고 발생의 위험이 공존할 수 밖에 없고 기업 활동은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되므로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필요한 고려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대재해를 막아 노동자를 포함한 일반 국민의 안전권을 확보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사회의 안전문화와 안전관리시스템을 선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기업도 안전보건관리 규정의 제정 및 정비, 안전보건 조직·인력·예산의 확대와 안전설비 개선 및 전문성의 향상, 주기적인 안전보건 진단 실시 및 교육 등의 노력을 배가하여야 할 것이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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