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금칼럼]‘지방’없는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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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금칼럼]‘지방’없는 지방선거
  • 경상일보
  • 승인 2022.06.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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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지방선거가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울산도 시장은 물론 지방의회까지 여당이 장악하면서 4년 만에 완전히 정치구도가 달라졌다. 민주정치에는 어느 정도 경쟁이 존재해야 서로 견제도 되고 균형 잡힌 정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두 번의 지방선거가 모두 어느 한 정당의 완승 또는 완패로 마무리 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 지방선거에서 이런 ‘싹쓸이’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중앙정치가 과도하게 지방정치를 압도하여 지방정치의 자율성과 독자성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4년 전 선거에서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이슈가, 이번에는 ‘민주당의 오만’이라는 요소가 지방선거의 판을 지배했다. 모두 지방의 문제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중앙의 사안들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대부분의 후보들도 여야 할 것 없이 중앙과의 관계설정을 가장 중요한 선거구호로 내세운다. 정작 지역의 중요한 이슈들은 선거의 큰 쟁점이 되지 못하거나 곁가지로 거론될 뿐이다. 지방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발전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대안 제시 없이 오직 새정부에 대한 지지 아니면 견제를 외치는 목소리만 난무하는 선거가 되고 말았다.

역사적으로 지방선거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상징이며, 중앙으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적인 제도이다. 하지만 우리의 지방선거는 역설적으로 지방이 중앙으로 예속되는 통로로 전락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지방이 중심이 되지 못하고 중앙의 들러리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지 않으면 우리의 풀뿌리 민주주의는 개화도 못한 채 고사되고 말 것이다.

우선 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는 수년전부터 주장되어 왔으나 기성 정당들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 일꾼을 선택하는 지방선거에 중앙의 정당이 공천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것 자체가 지방선거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우선 지방의원부터라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고 점차 이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정당공천제 폐지 전이라도 기존 정당들은 지역이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정책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야 모두 지역수준에서의 정책역량은 너무도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평소에는 중앙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중앙에만 시선을 두다가 선거 때만 되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공약을 개발한다고 이것저것 끌어 모으는 행태는 지역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역공약이 부실하니 중앙과의 관계만 강조하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지방선거에만 참여하는 ‘지역정당(local party)’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유럽과 일본 등에서 시도되고 있는 지역정당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지역문제에 집중하는 정당으로서 지방분권 활성화, 주민의 정치참여 확대 등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컨대 ‘울산발전당’이란 지역정당이 있다면 오로지 울산문제에 집중하여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정당이 될 것이다. 당연히 지방선거에 후보를 내서 주민들의 지지를 획득하는 활동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당법은 지역정당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막고 전국적인 정당만을 인정하고 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정당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으나 이 역시 기득권 정당들의 비협조로 가로막혀 있다.

지방선거를 여덟 번 실시했지만 지방선거가 중앙의 진영논리에 예속되는 정도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말로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외치고 있지만 지방 스스로조차도 중앙정부의 국고지원이나 정치적 협력만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정치는 자신들의 정치적 편의와 영향력 유지를 위해 지방을 더욱 컨트롤하려고 한다. 결국 중앙정치의 획일적인 진영논리가 지방선거까지 장악하면서 ‘지방’이 사라지고 있다. 지방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살리는 동시에 지방정치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미온적인 정치권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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