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품격 있는 문화도시울산을 위해
상태바
[경상시론]품격 있는 문화도시울산을 위해
  • 경상일보
  • 승인 2022.06.15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정배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문학박사

울산시민은 울산이 산업수도의 명성을 되찾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되길 갈망한다. 인구감소와 노령화, 일자리 감소 등이 초래한 위기감이 전환적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하지만 울산에 걸맞은 방책을 선택하는 일은 고도의 전략적 사고와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난제다. 일찍이 마키아벨리가 성공과 실패의 결정적인 요인을 “가는 길이 시대에 맞느냐 안 맞느냐에” 달려 있다고 갈파한 바 있듯이 울산의 미래를 디자인할 때 남다른 역사적 안목과 정무적 감각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경제와 사회, 기술 등 모든 사안을 문화적 시각으로 읽어내야 한다. 그래야 울산을 문화예술로 채색하는 실효적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의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하기 좋은 문화 생태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예술가를 꿈꾸는 청소년이 역내에서 꿈을 실현해 갈 수 있고 예술인이 전문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인의 창작 활동과 복지, 그리고 고등교육을 위한 ‘복합문화센터’ 건립이 필요하다.

둘째, 시민의 삶과 경험을 문화적 자산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시민은 이제 문화예술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스스로 문화 활동에 참여하여 기획하고 창작하고 누리는 문화도시울산의 진정한 주체가 되고 있다. 다양한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관-활동가-시민의 수평적 관계에 기초해야 한다. 그런 관계는 모든 차이를 포용하는 문화 다양성을 가능케 하고 울산의 향토문화가 아시아-태평양지역은 물론이고 전 세계와 문화산업으로 교류하는(glocality) 창의적 공간의 토대가 될 것이다.

셋째, 시민의 접근성을 담보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같은 고급 매머드 복합공연장은 당연히 필요하며 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는 근거리 공간은 많을수록 좋다. 버려진 공장, 창고, 사택 등을 문화적 실험, 공연, 제작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해변, 호숫가, 강변, 공원, 도로, 둘레길 등의 기존 버스킹 활동을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공연, 전시, 토론이 가능한 ‘문화파출소’나 ‘문화가게’ 등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넷째, 울산다운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예술인과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오면서도 아직 이렇다 할 문화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문화재단은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모든 사업을 울산의 정체성(identity)을 담아내어, 그것을 매개로 관광과 교류를 확대하고, 청년의 유입을 유인하고, 다시 울산다운 문화예술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울산아시아퍼시픽뮤직미칭(에이팜), 유네스코 창의도시 준비 등이 그런 사업이다. 반구대암각화를 비롯한 역사문화자원, 천혜의 자연자원, 노동문화, 그리고 외지인의 다양한 문화에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입혀 문화예술로 포장하는 각별한 고민과 투자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섯째, 문화예술이 문화산업으로 발전하는 마중물로서 울산형 메세나사업이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서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문화적 기부에 참여하고 향유의 혜택을 받는 새로운 개념의 메세나사업 말이다. 기부 형태도 금전만이 아니라 물품, 공간, 재능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시민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길이기도 하다.

문화인프라 면에서 울산이 여느 시도보다 취약하다는 사실을 시민 모두가 부끄러워한다. 그러나 약점이 장점이 될 수 있듯이 울산이 새로운 문화적 추이를 선제적으로 집중한다면 특유의 광역단위 문화도시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울산시민에게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큰 화합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 저력이 있다.

김정배 울산문화재단 대표이사·문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발언대]위대한 울산, 신성장동력의 열쇠를 쥔 북구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복효근 ‘목련 후기(後記)’
  • 울산 남구 거리음악회 오는 29일부터 시작
  • 울산시-공단 도로개설 공방에 등 터지는 기업
  • 울산 북구 약수지구에 미니 신도시 들어선다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4)충숙공 이예 선생 홍보관 - 접근성 떨어지고 자료도 빈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