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왠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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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왠지 설렌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6.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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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한명 호계중학교 교사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설레다’의 뜻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대학을 입학했을 때, 직장에 출근하는 첫날, 결혼식 당일 아침,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이때 느껴본 설레는 감정이 올해 다시 느껴지고 있다.

지난 2월, 3학년 1반 25명 다른 반보다 3~4명이 적은 학생이 나에게로 왔다. 다른 3학년 담임 교사들과 반 편성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과정에서 다른 반보다 학생 수가 적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아이들과 한 해 동안 잘 지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교실로 향했다. 다른 교실보다 아담했고 그래서 반 학생 수가 25명이 된 것이다.

교실을 본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진로 상담실을 일반교실로 변경한 탓에 교실에 책꽂이, 수납시설이 많고 심지어 예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누울 수 있는 공간도 많고 여러 가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 보였다. 이런 공간을 아이들과 함께 채워가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올해 나를 설레게 하는 시작이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다른 해와 다르게 올해는 반 아이들과 여러 가지 활동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의 빈 공간을 예쁜 꽃이나 식물로 꾸미고 싶었다. 아이들 몇 명이 ‘선생님! 교실 뒤에 화분 놔두면 어때요? 관리는 제가 책임지고 할게요.’라고 먼저 말하는 것이다. 어느 꽃보다 예쁘고 기특한 아이들이다. 꾸미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했고 학교에서 우리 반 아이들과 쓸 수 있는 예산은 부족했다. 이전에는 관심이 많지 않았던 교육청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마침 ‘교실 온도 1.5℃ 낮추기 100일 챌린지’ 프로젝트를 한다는 공문을 확인했다. 교실을 예쁘게 꾸밀 수도 있고 생태환경 교육, 탄소제로 등 교육적 목표도 이룰 수 있다고 생각되어 신청하게 되었다. 요즘은 아이들과 1인 1반려 식물을 기르고 그 과정에서 생길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오고 빨리 교실을 반려 식물로 채우고 싶다.

교실 밖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전문적 학습 공동체와 연계해 보기로 했다. 우리 학교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가 굉장히 활발하게 운영된다. 교장 이하 모든 교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3학년 담당 교사와 ‘웰빙라이프 쓰.리.고!(잘 먹고, 잘 자고, 잘 살고!)에 소속되었고 생명 기술과 융합해 채소를 기르기로 했다. 교내에 텃밭이 없어 이번에도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유심히 보았다.

그 중 ‘녹색커튼’이라는 사업을 알게 되었다. 덩굴식물을 길러 커튼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덩굴식물로는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 우리가 먹는 식물도 같이 재배해 보기로 했다. 이름해 ‘녹색커튼 & 상자텃밭’이다. 아이들의 의견을 100% 반영해 고추, 방울토마토, 상추, 치커리를 심기로 하고 4월 말 재료 준비가 다 되었다. 아이들의 시험 기간과 겹쳐 혼자 심으려고 했으나 아이들은 공부하는데 힐링이 필요하다며 같이 하자고 했고 점심 시간을 할애해 아이들과 모종을 심었다. 첫 수확 때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은 잊을 수가 없다.

직장 생활을 그만 두고 교사가 된 후 매년 담임 교사를 했다. 정신없이 하루 하루 보냈다. 하지만 올해는 확실히 다르다는 느낌이다. 우리 반 아이들을 만나러 학교에 가고 싶다. 하루를 반 아이들과 어떻게 하면 잘 보낼 것인가 생각하면서 출근길에 오른다.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함께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교사가 아니라 인생의 선배, 아빠로써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고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 때마다 아이들의 눈빛은 나를 향해있고 그 눈빛은 하루를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 아이들이 졸업을 하려면 아직 멀었다. 함께 해야 할 것도 많고 여러 가지 일이 생길 것이다. 설레는 마음이 적어질 수도 있고 서로 감정이 상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일들을 지혜롭게 넘기고 설레는 감정으로 졸업식장에 들어가는 것이 올해의 작은 소망이다. 그리해 이 아이들과 헤어질 때 웃고 싶다. 올해는 왠지 설렌다.

조한명 호계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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