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복지국가의 배분원칙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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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복지국가의 배분원칙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 경상일보
  • 승인 2022.06.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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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사회적으로 한정된 부를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경쟁이 전혀 없이 똑같이 나누게 되면 활력이 떨어진다.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사람이 더 많은 부를 가지기 위해 경쟁을 하다 보면 더 많이 노력하고, 더 높은 창의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부를 늘리게 된다. 그리하여 부를 차등 있게 배분하고, 그런 차등을 미끼로 경쟁을 시키는 것이, 아무런 경쟁 없이 부를 똑같이 나누는 방법보다 패자에게조차 오히려 더 이득이 될 수가 있다.

경쟁의 과정은 물론 폭력적이면 안 되고, 평화로워야 하다. 그리고 공정해야 하고,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돼야 한다. 경쟁 과정에서 폭력을 제거하고 모든 사람에게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한계를 설정하고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 규제할 수밖에 없다. 경쟁 과정은 그런 한계와 규제의 범위 안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다.

한편 평화롭고 공정한 경쟁을 허용하더라도, 경쟁의 승자에게 얼마를 배분하고, 경쟁의 패자에게 얼마를 배분하여야 하는 문제, 즉 어느 정도 차등을 두고 배분을 해야 되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승자에게 가져가고 싶은 양만큼 마음대로 가져가게 내버려 두고, 패자에게는 남은 것만 배분을 하거나 혹은 전혀 배분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승자든 패자든 한 사회의 구성원이고, 구성원 전체가 사회전체의 부를 창출했는데 승자와 패자의 배분에 있어서 너무 차이가 나면, 승자와 패자가 조화롭게 하나의 사회를 유지하면서 같이 살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서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부의 분배에서 승자와 패자를 나누어서 차등을 두는 이유는, 사람들 사이에서 경쟁을 일으키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전체의 부를 늘려서, 패자에게도 오히려 더 이득이 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패함으로써 가장 적은 배분을 받은 사람, 즉 경쟁의 최소수혜자도 경쟁 없이 똑같은 배분을 받는 것보다 더 많은 배분을 받을 수 있어야 경쟁 및 분배의 차등이 합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경쟁을 하지 않는 사회에서 전체의 부가 10일 때 차등 없이 분배를 하면 누구나 1을 가질 것이다. 그런데 경쟁을 도입하고 배분에 차등을 둔 결과, 가장 적은 배분을 받은 사람도 1.1을 받게 되면, 승자가 그 패자보다 훨씬 많은 배분을 받아 가더라도, 그런 차등의 배분은 합리화될 수 있고, 정의로운 것이다. 반대로 경쟁을 시켜서 사회 전체의 부는 증가하였지만, 최소수혜자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배분을 받게 된다면, 차라리 경쟁을 지양하고 승자와 패자가 없이 똑같이 나누는 것이 더 정의롭다는 것이다. 위 주장은 미국 하바드 대학교의 교수이자, 수능과목 중 하나인 ‘생활과 윤리’ 과목에서도 꼭 짚고 넘어가는 존롤즈의 주장이다. 그의 이같은 분배원칙은 부를 놓고 광범위한 경쟁을 유지하고 있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결국은 경쟁의 승자로부터 많은 세금을 거두어서 경쟁의 패자들에게 복지혜택을 주어야만,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경쟁체계도, 부의 분배에서 차등이 있는 자본주의 체계도 합리화 될 수 있고, 정의에 부합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는 오늘날 복지국가의 철학적인 기초를 마련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16일 정부는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인터넷 등에서 그 전체 내용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6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다. 언론에서는 새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결국은 민간주도성장정책(민주성)이 아니냐 하는 진단이 나온다. 전정부의 소주성(소득주도경제성장정책)에 대비한 말이다. 새정부는 저성장극복과 성장-복지 선순환을 목표로,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고, 민간의 투자를 활성화시키며, 그 낙수효과로 근로자 및 서민 경제도 좋아지게 하겠다는 전략을 취하였기 때문이다.

새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말대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새정부가 그렇게 노력하는 저성장의 극복이나 사회 전체적인 부가 증대하더라도, 그런 성장이나 증대 효과를 가장 적게 누리는 계층까지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으면, 성장도 증대도 합리화될 수 없고, 정의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희권 민가율합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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