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울산현대축구단 시민구단 전환 검토, 득실은]시민혈세로 운영 ‘득보다 실이 더 많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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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8기 울산현대축구단 시민구단 전환 검토, 득실은]시민혈세로 운영 ‘득보다 실이 더 많을듯’
  • 이춘봉
  • 승인 2022.06.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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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현대축구단이 문수축구장에서 홈경기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울산현대축구단을 운영하는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께까지 지속적으로 울산시에 축구단의 시민구단 전환을 요청했다. 시는 그때마다 제안을 거절했고, 대신 울산현대의 운영 지원을 위해 시 홍보라는 명목으로 보조금을 편성하면서 구단을 도왔다. 그렇다면 시는 왜 예산 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현대중공업의 제안을 거부했을까? 이는 시민구단 운영시 발생하는 예산 문제는 물론, 성적 하락에 따른 관중 동원력 감소 등 득보다 실이 많다는 분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울산시 예산 지원 부담

시민구단인 대구FC의 연간 운영비는 2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수입은 기업 스폰서와 중계권료, 입장권·상품 판매 수익 등 110억원 선으로, 나머지 90억원은 대구시의 지원으로 충당한다.

역시 시민구단인 인천 유나이티드의 2021년 예산은 약 184억인데,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등 지역 공공기관의 지원액이 86억원에 달한다.

울산현대의 경우 운영비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시민구단과 비교해 월등히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축구단 운영비의 상당 부분은 선수 연봉으로, 통상 전체 운영비의 50~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현대는 국가대표급 선수단을 구성하고 있는 만큼 고액 연봉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축구단 운영을 통해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이 한정된 상황에서 지출이 많을수록 울산시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 지원 규모 역시 커지게 된다. 그나마 울산은 기업체가 많아 다른 지역 시민구단에 비해 스폰서 유치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스폰서 수익을 많이 창출할수록 시 부담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운영비 축소, 경기력 저하로 연결

시민구단은 고정 팬 유치에 따른 애향심 고취 및 정주의식 향상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성적이 저하될 경우 관심도 역시 낮아지게 돼 장점 역시 무의미해진다.

울산현대는 현재 K리그 선두를 질주 중이다. 지난 3년 동안 모두 2위를 차지했고, 특히 2020년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전통과 성적을 모두 갖춘 명문 구단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울산현대의 고공 행진에는 우수 선수 확보가 큰 몫을 차지한다. 선수단에는 조현우, 엄원상, 원두재, 김영권, 고명진, 김태환, 이호, 이청용, 김기희 등 국가대표급이 즐비하다.

하지만 시민구단으로 전환하게 되면 예산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높은 몸값을 지급해야 하는 우수 선수 확보에 차질이 생긴다. 고액 연봉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타팀 이적이 불가피하다.

이럴 경우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신인급이나 경력이 비교적 화려하지 않은 선수들로 팀을 구성해야 하는데, 이는 성적 하락과 직결된다. 저조한 성적은 관중 동원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특혜 우려 및 지역 반발

기업구단의 시민구단 전환 사례는 K리그 역사에 두 차례 기록돼 있다.

성남 일화는 두 차례에 걸쳐 K리그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등 1989년 창단해 우승만 7차례를 차지했던 강팀이었다. 그러나 축구에 애정을 가졌던 문선명 통일교 총재가 2012년 세상을 떠나면서 지원이 축소됐고, 2013년을 마지막으로 지원이 끊기면서 독자 생존에 어려움을 겪었다.

앞서 대전시는 기업 컨소시엄으로 운영되던 대전 시티즌을 2005년 인수해 시민구단으로 전환시켰다. 당시 대전 시티즌 역시 컨소시엄 구성 기업 상당수가 파산하며 경영난을 겪었다. 대전은 2020년 하나금융그룹이 대전시로부터 구단을 인수하면서 다시 기업구단으로 전환됐다.

두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모기업이 재정난을 겪지 않은 기업구단이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사례는 없다. 만약 울산현대가 시민구단으로 전환될 경우 특혜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기업의 적자를 시가 떠안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시민구단 전환에 대한 지역 사회 여론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울산현대 서포터즈인 처용전사 의장 박동준씨는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면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데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시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최근 대구FC 같은 시민구단도 기업구단으로 전환을 추진 중인데 왜 시대를 역행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은 “처음 제안을 받은 뒤 8년이 지난 만큼 당시와 여건이 변했을 수 있다”며 “시민구단 전환을 결정한 것이 아니고, 현재 사정부터 전환 시 현대중 측의 지원 여부 등을 두루 알아보기 위해 검토에 나선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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