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들 서로 붙어 의좋은 것 같아도
땅속을 파헤치면 다툼이 한창이다
청단풍 홍단풍잎이 얼굴을 맞대고서
겉으론 웃음 짓고 여유를 부리지만
내면에 숨긴 감정 길손들 알아챈다
꽃사과 가장된 위로 섬잣나무 다 안다
울산 중구 성안동에 위치한 어린이공원이다. 애니원고와 인접하고 있다. 공원 턱이 낮아서 어느 곳으로나 쉽게 들어설 수 있다. 안내판이 있는 뒤쪽에 듬직하게 선 섬잣나무가 반갑게 맞아준다. 성안동 방위협의회에서 가꾸고 있는 이 공원은 어찌 보면 모양이 정사각형에 가깝다. 왼편에 운동기구가 있고 오른편에 조합놀이대가 있다. 파고라 쪽으로 영롱한 아침 햇살이 듬뿍 들어차 지금도 반짝이고 있다.
섬잣나무 주변으로 풀들이 키를 키우고 있다. 한쪽만 주택과 인접하여 개방감이 크다. 나무들이 있는 곳에 흙을 북돋아서 약간 높이를 두었다. 타일이 깔린 곳은 넓은 광장처럼 앞이 훤하다. 꽃사과 나무에는 녹색의 작은 열매들이 달려 있지만 잎과 동색이어서 자세히 보아야 겨우 볼 수 있다.
벤치는 나무그림자를 손님으로 맞이했다. 여기도 지형의 높이가 고르지 않아 조합놀이대를 기준으로 아래쪽에는 약간의 둔덕이 있고 심은 나무 아래로 경사가 져 있다. 언덕이 높아서 조합놀이대를 감싸고 있는 듯 보인다. 모래 위에는 사람 발자국과 동물 발자국이 남겨져 있다. 나도 여기에 온 것을 알리기 위해 두 발로 쿡 찍어본다. 이곳에서는 제일 큰 발자국이 될 것 같다.
은행나무가 단독으로 뾰족뾰족한 그림자를 타일 바닥에 펼쳐놓는다. 섬잣나무는 둥그런 몸 그림자를 내려놓고 있다. 홍단풍과 청단풍이 서로 붙어있어 정답게 보이기도 하고 대비가 되기도 한다.
고양이 한 마리 데크 아래 있다가 까치 소리를 듣고 경계를 하는 듯하더니 그만 자리를 뜨고 만다. 은행나무 사이에 주렁주렁 녹색의 열매를 단 꽃사과가 보인다. 위에 있는 것보다 나무 크기는 작았지만 열매는 그것에 못지않게 많이 달렸다. 벤치 옆 가로등이 묵직하게 보인다. 전등갓을 쓰고 아래를 향하고 있다. 옆 파고라에는 우산 하나와 가위 하나가 걸려 있어 필요시마다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은행나무에 걸려 있는 훌라후프와 바닥에 놓인 훌라후프 바로 옆에 조금 전에 봤던 고양이가 앉아 있다. 꼭 훌라후프를 누가 가져가나 하고 지키는 것 같다. 네 개의 훌라후프는 주인을 기다리며 고양이의 감시를 받고 있다. 사잇길로 한 남성이 들어온다. 곧바로 운동기구 쪽으로 가서 팔다리를 이용한 운동을 한다. 운동기구 옆에 서 있는 가느다란 소나무는 잎이 많이 고사한 흔적이 보인다. 옆에 있는 소나무에게 많은 지장이 있을 것 같다. 여기 있는 나무들은 잎을 맞대고 줄기까지 맞대고 있다. 겉으로는 서로 의지하는 것 같아 보기 좋지만 어쩔 수 없이 기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보이지 않는 곳의 영역 다툼이 드세게 들려오는 것 같아 그 나무를 마음 편히 볼 수가 없다. 사람들이 서로 만날 때는 웃음을 보이지만 돌아서면 비난과 비판을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다가온다. 보이는 부분은 평화롭게 보여도 보이지 않는 부분은 정신적 육체적 다툼을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지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이 공원에 술병을 든 한 남성이 구석진 곳으로 간다. 공원은 반기는 것 같지만 실은 긴장과 불안을 느낄 것 같다. 하지만 그 누구도 편애하지 않고 공평하게 대한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