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명승 반구천 일원 건축행위, 엄중 심의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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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명승 반구천 일원 건축행위, 엄중 심의가 더 중요하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6.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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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와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을 포함하고 있는 반구천 일원은 지난해 4월 명승으로 지정됐다. 이에따라 울산시와 울주군이 이 일대의 보존을 위해 건축허용기준을 마련, 문화재청에 심의를 받으려 하고 있다. 울주군이 수립한 반구천 일원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은 명승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졌느냐에 따라 1, 2구역으로 나누어진다. 1구역은 단층만 건축할 수 있고 건축행위에 대해 개별심의를 한다. 2구역은 4층 정도까지 가능하며 지자체 도시계획조례 및 관련 법률에 따르면 된다. 반면 울산시는 울주군이 마련한 기준상으로 2구역에 들어가는 반구마을에 대해 명승과 가깝다는 이유를 들어 2층 규모를 지을 수 있는 1-1로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2구역이냐 1-1구역이냐가 아니다. 우리는 담당 공무원이나 심의기구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명승으로부터의 거리만을 따져 물리적 기준을 세우게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주변환경과의 조화가 그보다 훨씬 중요하다. 심리적으로 명승의 범위라 할 수 있는 부지를 엄중하게 결정한 다음 그 범위 내에서 건축물을 지을 경우 모두 높이와 크기는 물론 색상과 자재, 용도까지도 개별 심의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거리상으로 구분해서 법적 요건만 갖추면 무조건적으로 건축이 가능하게 했다가 4층짜리 볼썽사나운 건축물을 반구대 입구에서 턱하니 만나게 해놓으면 명승의 가치도 개인 재산의 가치도 한꺼번에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공연히 100~500m를 두고 1, 2구역으로 구분하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논란만 만들 뿐이다. 예를 들어 경계지점에 있는 부지의 지주가 1m차이로 단층과 4층의 차별을 받는다면 수긍이 되겠는가. 지주들의 입장에서 당장의 이익만 생각하면 무조건 규제 완화가 좋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엄격한 기준을 지킬수록 가치가 상승한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이 이름과 자존심을 걸고 심의하는 주관적 기준이 명승을 오래도록 명승답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2기의 국보를 포함해 노바페스 울산엔시스(Novapes ulsanensis)라는 이름을 가진 공룡발자국, 조선시대 선비문화의 상징인 구곡문화의 흔적, 물과 암반이 어우러진 멋진 계곡을 지닌 반구천이 명승으로서 이름값을 할 수 있게 제대로 보존해서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의 당연하고도 중요한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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