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삼건의 미래도시(6)]울산의 미래, 정주여건이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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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건의 미래도시(6)]울산의 미래, 정주여건이 경쟁력이다
  • 경상일보
  • 승인 2022.06.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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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삼건 울산도시공사 사장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인재에 의해 조직을 관리하고, 최고경영자는 그런 인재를 관리하는 역할을 잘 해야 한다는 의미다. 도시도 ‘도시계획이 만사’다. 도시계획이 어긋나 있거나, 잘못 관리하면 시민은 살기 불편하고 도시는 경쟁력을 잃는다. 114만 울산시민의 삶을 결정짓는 도시계획은 누가 하는 걸까. 시장과 구청장 군수 같은 단체장은 도시계획 입안자이자, 결정권자다. 이들이 제대로 된 도시계획을 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온전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현재의 울산을 규정하는 도시계획 밑그림은 일제강점기때 그렸다. 시민의 삶보다는 일본제국의 전쟁승리를 위한 병참기지로 울산 개발을 시작했다. 패망으로 못다 이룬 일제의 유산은 4천년 빈곤을 내몰고 말겠다는 군인들에 의해 승계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들도 경제성장을 위한 공장건설에만 공을 들였을 뿐 울산시민의 생활은 관심 밖이었다.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을 합친 면적보다 공업지역 면적이 더 넓고, 개발 60년이 지나도 여전히 살기 불편한 울산광역시의 현재 모습은 80년 전 일본인 개발업자와 조선총독부가 결정한 도시계획에 뿌리를 두고 있는 탓이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모든 것을 거절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도시계획도 한번 결정되고 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획한대로 개발하는 대신 수많은 다른 가능성을 포기해야 한다. 예를 들면 지금의 울산 삼산일대는 1987년에 울산시의 의뢰로 서울에 있는 용역회사가 그린 ‘삼산지구도시설계’대로 완성됐다. 수많은 가능성 중에 그때 울산시 담당자와 시장, 용역회사 기술진이 선택한 결과가 지금의 삼산을 만든 것이다. 이런 결과를 보면 도시계획이란 참으로 큰 책임이 따르는 일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도시계획을 입안하고 결정할 때 최고의 전문가가 울산의 발전을 생각하면서 정말로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유다.

한편, 최근 울산에서는 민선 8기 출범을 앞두고 개발제한구역(이하 GB)이 핫이슈다. 울산지역 GB가 결정된 1973년은 시 승격 불과 11년이 지난 시점으로, 그 1년 전인 1972년 인구는 16만5000명(울주군제외) 정도에 불과했다. 이 무렵 울산에서는 신시가지로 월봉지구와 선암지구가 겨우 터를 닦아놓았고, 정유공장과 비료공장 준공에 이어 자동차와 석유화학 공단이 1단계 조업에 들어갔다. 현대조선소도 막 설립됐다. 울산이 본격적인 성장도 하기 전에 결정된 울산권 GB는 비유하자면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들어가려는 아이를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한 것과 같다. 문제의 본질은 GB 설정 자체가 아니라 결정시기, 지정범위 등이 도시의 미래를 깊이 연구한 결과 도출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만 놓고 보면 특·광역시를 제외한 전국의 GB를 일괄 해제한 1999년을 불과 2년 앞둔 1997년에 울산이 광역시가 된 것도 불운이었다. 이 두 가지 현안은 울산의 도시계획을 어렵게 하는 구조적인 난제다.

먼저 울산을 공업중심으로 보는 시각은 우리 스스로 타파해야 한다. 국민소득 100달러가 되지 않던 시기에 계획한 국가주도의 울산공업센터 개발계획은 이제 그 소임을 다했다. 더 이상 정부는 울산을 특별한 도시로 보지 않으며, ‘산업수도’라는 수식어도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는 단어일 뿐이다. 울산에 위치한 대규모 국가산단에서 조업하는 대기업은 모두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다. 그 때문에 대기업의 막대한 생산능력이 가져다주는 세금은 기업 본사가 있는 서울에 내고 있다. 울산항 물동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액체화물에 붙는 관세도 국세다. 시민은 대학과 병원, 문화향유를 위해 서울로 가고, 울산에 지은 브랜드 아파트 분양대금도 대부분 서울행이다. 서울이라는 진공청소기가 울산의 부를 끝도 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고착화된 부의 흐름을 바꾸는 방법은 기업 본사를 유치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기업 본사 울산 이전의 필수조건은 서울과 경쟁할 수 있는 정주여건이다. 앞으로 울산 도시계획을 산단조성이 아니라 타 지역보다 살기 좋은 정주여건을 갖추는데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이 경우 GB해제로 용지가 확보된다면 울산의 축복이 된다.

한삼건 울산도시공사 사장 울산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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