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7월 다시 ‘울산시립문학관’ 건립의 불씨를 살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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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7월 다시 ‘울산시립문학관’ 건립의 불씨를 살리며
  • 경상일보
  • 승인 2022.07.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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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해 시인·울산문인협회장

7월이 왔다.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이육사의 ‘청포도’ 앞부분

그때 이육사(1904~1944)는 일제강점기 그 엄혹한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조국 광복의 꿈이 알알이 영글리라 확신하였고,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계에 대한 소망’을 갈파하였다. 이 지조 높은 시인은 독립운동가로서 국가의 운명이 백척간두에서 모든 것이 형해화(形骸化)할 때 굳건하게 정신을 다잡기 위해 주옥같은 문학작품을 생산함으로써 민족의 삶과 꿈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문학은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고 뼈아픈 성찰을 담아 바람직한 미래를 모색하기도 한다.

이제 코로나도 제법 잠잠해져 가고 세상이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점에 문학이 담당해야 할 막중한 소임을 뼛속 깊이 느끼게 된다. 오늘은 그런 문학정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인문학적 마음을 펼치고 담을 그릇, ‘울산시립문학관’ 건립에 대해 운을 떼고자 한다.

울산에도 이미 2009년과 2014년에 문학관 추진에 관한 논의가 있었으나 상황과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않아 유야무야되었고 이제는 관심 밖으로 멀어져 논의조차 없는 상태이다. 울주군에서 운영하는 오영수 문학관처럼 개별 작가의 이름을 걸고 건립한 곳은 동리·목월 문학관, 이효석 문학관, 청마 문학관, 정지용 문학관, 김유정 문학관 등 공·사립 합하여 전국에 100곳이 넘지만 6대 광역시에서 운영하는 문학관은 울산과 부산만 없는 형편이다. 부산도 최근 활발히 문학관 건립논의가 진행되는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실 울산에 문학관을 설치하느냐, 마느냐 하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그간 코로나의 창궐로 침체한 문화예술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참신한 문학 인재 육성, 창작 역량 확보를 위해 광역시의 위상에 걸맞은 문학 공간, ‘울산시립문학관’ 건립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학의 힘은 겉으로 드러난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삶 속 보이지 않는 부분에 더 많이 내포되어 있다. 유년기에 초등학교에서 처음 배운 동시나 동화를 통해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뇌리에 축적된 문학의 가치가 오래도록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것도 바로 문학이 주는 힘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제 7월.

대한민국의 민선 8기가 힘차게 출발하였으니 울산광역시도 그동안 축적된 산업수도로서의 내공을 바탕으로 문화의 생산과 유통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듣고 있다.

문학을 실질적으로 향유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하고 문학 창작의 기회를 넓힘으로써 물질적 풍요에 걸맞은 질 높은 문화 혜택의 장을 제공하는 것은 종요로운 일이다. 이제 반구대 암각화나 처용설화, 쇠부리, 대왕암 등 울산이 보유한 풍부한 무형, 유형의 스토리텔링과 오영수, 서덕출, 최현배 등 걸출한 문학적 자산을 잘 계발하고 담아낼 적절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적 요구이다.

그런 의미에서 ‘울산시립문학관’의 건립은 ‘울산박물관’ ‘울산시립미술관’에 이어 울산광역시가 진정한 문화도시로 발돋움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그곳에서 이 지역 문인들과 시민들이 소통하고 교류함으로써 문학과 문화를 만끽할 뿐만 아니라, 삭막한 현대 도시 생활에 좀 더 여유롭게 숨 쉴 수 있는 일급수 청정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반딧불이 같은 마음들이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문학 생태계를 구축하는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진정으로, 우리나라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거의 갖추고 있는 문학관 건립을 통해 황폐화되어가는 인문학의 부활은 물론 21세기 한국의 르네상스가 울산으로부터 물결쳐 오르기를 갈망해 본다.

자연과 역사와 사람이 어우러진 울산, 고래가 마음 놓고 뛰노는 푸른 바다 위에 미래 ‘울산문학관’의 청사진을 그려낼 순백의 캔버스 하나 준비해 두어야겠다.

권영해 시인·울산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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